'돈 나무 언니(누나)'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인기 투자자로서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우드 CEO의 대표 펀드인 'ARKK' 아크 이노베이션(Innovation·혁명)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최저치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캐시 우드의 주력 펀드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기술주의 추락으로 이날 5%가 빠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이달에만 13%, 올해 들어서는 16%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16일 기록했던 고점 159.70달러에서 35%가량이 추락했다.
CNBC는 우드 CEO의 다른 ETF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에 따르면 아크인베스트의 △아크 차세대 ETF(Ark Next Generation ETF) △아크 제노믹 레볼루션 ETF(Ark Genomic Revolution ETF) △아크 자동화기술·로보틱스ETF(Ark Autonomous Technology and Robotics ETF) △아크 핀테크 이노베이션 ETF(Ark Fintech Innovation ETF) 등은 각각 5.1%, 5.5%, 4%, 4.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들 ETF는 이달에만 각각 12.3%, 13%, 5%, 9%가 하락했다.
◆나스닥 추락에 ARKK '와르르'···이달에만 11억 달러 날려
CNBC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에 포함된 일부 주식은 이날 나스닥 지수 급락에 타격을 받았다"면서 테슬라, 텔라닥 헬스(Teladoc Health, 원격의료업체), 스퀘어(Square, 모바일 결제업체), 로쿠(Roku, 실시간 재생 운영체제업체), 드래프트트킹스(DraftKings, 비대면 체육문화업체), 질로우(Zillow, 비대면 부동산 운영체제 업체)의 주가가 4%대 후반에서 7%대 초반의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테슬라, 텔라닥 헬스, 드래프트트킹스 등은 각각 6.4%, 6.6%, 6.4%의 6%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로쿠와 질로우는 각각 4.9%, 5.1%가 빠졌고, 스퀘어는 7.4%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ARKK는 고평가 기술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펀드로, 지난해 171%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우드 CEO의 투자 전략에 주목했고, ARKK에 담긴 기술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 경기 회복 가속화에 따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미래 성장성에 가치를 둔 기술 종목의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 ARKK 수익률도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도 우드 CEO는 자신의 펀드 구성을 선호하고 있다. 그는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도 투자했다.
우드 CEO는 지난 7일 CNBC 인터뷰에서 "나는 ARKK의 편입 종목 구성을 좋아한다.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편입 종목만 보고 좁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ARKK의 연간 수익률을 25~30%로 제시했다.
그러나 CNBC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 자료를 인용해 "아크 이노베이션 ETF를 빠져나간 자금은 이번 달에만 11억 달러(약 1조2311억원)를 웃돌고 있다"며 "아크인베스트는 5개 주요 ETF를 포함해 이달 현재까지 20억 달러의 자금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또 ARKK가 계속된 추락으로 200일 평균 이동선 아래로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CNBC가 언급한 '200일 평균 이동선'은 지난 200일간의 종가 평균치로, 투자자들이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주요 기술 지표로 사용된다.
전자증권거래소인 인스티넷(Instinet)의 프랭크 카펠레리 전무이사는 "ARKK를 비롯한 투기 성장형 ETF의 문제는 현재 3개월째 단기 상승세가 공격적으로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ETF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며칠 동안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내야 한다. 다시 말해 200일 평균 이동선을 단순히 넘는 것이 아니라 크게 웃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CNBC에 설명했다.
◆"투자흐름, 경기 회복 수혜주 이동···기술주 시대 저물어"
한편 유명 투자자이자 CNBC 주식 투자방송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최근 나타난 경기 회복세에 주식시장의 투자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과거의 '화려한(flashy)' 주식을 버리고 경기 회복 수혜주로 꼽히는 '지루한(boring)' 주식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이머는 "'화려한' 주식이 있는 나스닥 시장이 '지루한'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의 출처가 되고 있다"면서 "경기 회복 수혜주들은 물가상승, 고금리 우려에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5월 마지막 월요일로 지정된 미국 참전용사 추모일) 거래' 관련 상승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언급했다.
그는 테슬라, 비자(VISA) 등을 '여름철 주식'으로 분류하며 "(시장에선) 이 여름철 주식을 3주 후인 메모리얼 데이 주말 거래일 전에 매수했다가 1~15일 뒤에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자신이 진행하는 '매드머니(Mad Money)' 방송에서 말했다.
크레이머는 "테슬라는 연휴 하루 전 10포인트(p) 손절매 주문(stop-loss order)으로 매수했다가 10~15일 뒤에 매도하면 평균적으로 8~10%의 이익을 얻었다"면서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이런 움직임은 매년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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