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가 지난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이건희 미술관’ 용산건립을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시설 설치 장소로는 용산가족공원 내 문체부 소유 부지(용산동6가 168-6)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지는 남산-한강을 연결하는 녹지축 한 가운데 위치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과 가까워 향후 용산국가공원 조성 시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난 4월에는 용산구 일대 57만㎡가 중소벤처기업부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신규 지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구는 오는 2024년까지 510억원 규모 ‘용산 역사문화 르네상스사업’을 벌인다.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를 통해 구 역사문화 르네상스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단 분석이다.
구 관계자는 “문체부는 과거 해당 부지에 국립민속박물관 이전설치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며 “두 건 모두 이뤄지지 못했지만 입지적 가치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용산역사박물관(2022년도 개관 예정) 등 20여개 박물관·미술관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클러스터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부터 고 이건희 회장까지 삼성가가 대를 이어 살아온 ‘제2의 고향’같은 땅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이건희 미술관 조성의 ‘입지적 상징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구는 미술관 조성에 행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향후 미술관이 만들어지면 국립중앙박물관(고미술)-이건희 미술관(근대미술)-삼성미술관 리움(현대미술)으로 이어지는 ‘이건희 컬렉션 투어 프로그램’도 개설, 운영할 예정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시설 접근성이나 전시 연계성 측면에서 용산을 능가할만한 입지는 없다"며 "이건희 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공원 일대를 묶어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벨트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문화발전을 위한 고인의 뜻을 살리고 예우도 갖출 수 있도록 구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지난달 28일 2만3000여점에 달하는 문화재·미술품을 국립중앙박물관(2만16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1400여점), 박수근미술관(18점), 광주시립미술관(30점), 전남도립미술관(21점), 대구미술관(21점), 이중섭미술관(12점)에 각각 기증했다.
문화·미술계에서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같은 날 ‘이건희 특별관’ 설치를 문체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접근성 확보’가 유리한 수도권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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