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백서’ 만들어 투명하게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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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5-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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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규제감독 방향 설정시 불법행위는 철저히 단속하고 가상자산 취급업소의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가상자산 규제 감독 방향’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수가 급증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투자자 등 시장참여자 보호를 위한 방안은 신속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규제감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의심거래 관련 규제기관인 FinCEN(Financial Crime Enforcement Network)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규정 지침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FinCEN은 화폐를 대체하는 어떠한 가치라도 송수신하는 행위를 송금업무로 보고 있으며 가상통화 교환자와 관리자도 송금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지침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주별로 송금업 영업인가나 별도의 취급업소 영업인가를 취득해야 한다.

일본은 2014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규제방침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과세를 비롯해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성격, 금융기관 규제, 세금부과 규정 등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5월에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의 음성적인 사용을 차단하고 시장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통해 전자결제, 송금 등 일반 화폐로서의 기능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독일 금융감독청도 2013년 7월 은행법에 있는 금융상품의 개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자금세탁 관련 규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 이용자 재산보호를 위한 예치금 분리보관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일부 제도화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 “추가적으로 종합적인 제도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 가상자산 시장의 진실성, 투명성 및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수법으로 가상자산의 시세를 조종하는 것과 같은 불법행위는 철저히 단속하고 사업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우선 시장참여자가 가상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발간하는 백서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백서만을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백서에 수록돼야 할 필수적인 내용과 형식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할 것”이라며 “또한 사업 진행이 백서에 적시된 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책임도 발행자와 취급업소에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담당할 감독당국을 명확히 지정하고 관련 부처 간 유기적 협업도 강조했다. 가상자산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관하는 규제 감독당국이 정해지더라도 유관 부처의 협조 없이는 규제 감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서 이 연구위원은 “불법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라도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가상자산 거래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여부는 그 소득의 성격만 달라질 뿐이지 과세대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만 불법행위로 얻은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적발된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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