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비위 임직원’ 처벌 규정 강화···면죄부 ‘방지책’

도, 기관별 인사·감사·징계 규정 개선 권고···경영평가 반영키로

 

경기도는 1일 도 산하공공기관들을 상대로 면죄부와 솜방망이 처벌 방지를 위해 징계 규정 등의 개선을 권고했다.[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각종 비위가 최근 잇따르고 있으나 자체 규정을 악용한 면죄부와 솜방망이 처벌이 빈발하자 도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도는 1일 공직자로서 공공기관 임직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별로 운영 중인 인사·감사·징계 규정의 대폭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도는 수년간 각종 감사에서 적발된 비위행위에 대해 상당수 공공기관이 인사(징계)위원회를 통해 면죄부를 주거나 봐주기식 처분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 면죄부 솜방망이 처벌 사례 빈발

경기주택도시공사 직원 A씨는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강등’ 처분을 도로부터 요구 받았으나 인사위원회를 통해 ‘정직’으로 감경 받았다.

직원 A씨는 팀 회식 중 2차로 가진 노래방에서 술 취한 상태로 도시공사에 파견중인 용역회사 여직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해자의 팔을 끌어당겨 가슴이 맞닿도록 하고 블루스를 추는 등 강제추행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적발됐다.

하지만 경기주택도시공사 측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권고한 도의 조치를 무시하고 무기명 투표를 통한 자체 징계로 A씨를 '정직'으로 감경하는 봐주기식 처벌을 했다.

 

또 킨텍스는 지난해 정기종합감사에서 주택구입 지원자금을 용도 외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5명(중징계 1명, 경징계 4명)이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인사위원회에서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중징계 1명을 경징계로 나머지 4명을 불문 경고하는 등 일괄 감경 처리했다.

또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직원 상호 간의 폭행 사건으로 사법당국의 ‘기소유예’ 처분이 통보됐음에도 비위 행위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자체 ‘경고(주의)’ 처분하기도 했다.

◆도, 인사.감사.징계 기준 분석···'고발 의무 조항 無’ 등 부적정 항목 169개 확인

이에 따라 도는 지난 2월부터 산하 2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인사 및 감사분야, 징계기준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기관별 규정상의 부적정 항목은 모두 169개로 확인됐으며 분야별로 인사 48개, 감사 35개, 징계기준 86개로 분석됐다.

기관별로 보면 지난해 출범한 경기교통공사가 20개로 가장 많았으며 킨텍스 11개, 경기테크노파크 10개, 경기복지재단 9개,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도사회서비스원 각각 8개 등의 순이었다.

킨텍스, 차세대융합기술원은 인사규정에서 의원면직 조항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비위 행위자가 징계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의원면직을 이용할 수 있다고 도는 판단했다.

또 한국도자재단 등 12개 기관에서는 직위해제 또는 징계처분(진행)자 등은 포상·표창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이를 제재할 조항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으며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등 8개 기관에서는 징계 감경기준이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거나 감경 불가 사안이 비구체적·누락돼 있어 부적절한 징계 감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직무 수행 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근거가 되는 자체 직무 관련 범죄고발 지침을 킨텍스 등 8개 기관에서는 고발 의무 조항 자체가 없거나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으로 운영하고 있어 범죄 혐의에 대해 자체 감사 처분으로만 종결될 가능성도 높은 상태였다.

특히 수사기관이 통보한 범죄사건에 대해 사건별 처리 기준을 마련해야 함에도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23개 기관에서는 처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자의적 징계 처분이 가능한 상태다.

이밖에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24개 기관에서는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의 징계기준을 참고해 성실·복종·친절·품위유지 등의 의무조항 및 직장이탈·영리·겸직 등의 금지조항을 비위행위에 따라 구체화된 징계기준을 운영해야 하는데도 일부 징계기준을 누락하거나 세부 내용을 구분하지 않아 모호한 징계 기준 적용이 우려되고 있었다.

◆도, 강력한 방지대책 촉구···징계 기준 개선 요청

도는 이런 규정의 허점을 막기위해 지방공기업 인사 운영기준, 지방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 등을 참고해 규정 개정 권고(안)을 마련, 산하 26개 공공기관에 대해 인사·감사분야 및 징계기준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도는 공공기관의 자체 인사(징계)위원회에서 비위행위자에 대해 무분별한 징계 감경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할 경우,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감사 등 지적사항 개선이행 실적 분야에서 최대 0.2점까지 감점하기로 했다.

김종구 도 감사총괄담당관은 “공공기관 직원은 공직자로서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 및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자체 규정집의 각종 규정 미비와 자체 인사위원회의 제 식구 감싸기로 솜방망이 처분이 빈번했던 상황”이라며 “이번 규정 개정 권고안 마련으로 인사·감사·징계기준을 명확히 해 비위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