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기자회견장에서 한 선수가 울먹였다.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우승자 박민지였다. 그는 우승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대회 직전 출전한 이벤트 대회(챔피언스 트로피) 칠판에 적혀져 있던 '244'라는 숫자 때문이다.
출전한 선수들의 우승 숫자인데, 이중 자신의 우승은 3승에 불과해 움츠러들었다는 것이다.
박민지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신어산 정상에 섰다. 대회 시작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 "1승만 하는 선수"라며 비난했기 때문이다.
꿈이 타버릴까 걱정됐다. 하지만 그는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 5월 후원사(NH투자증권) 대회에서 보란 듯이 우승컵을 들었다. 생애 첫 다승을 하며 '1승만 하는 선수'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리고 더 큰 꿈을 품었다. 바로 30승이다.
불태운 의지는 우승을 향한 집념이 됐다. 그렇게 3승과 4승을 거두었다. 4승을 하고 나서는 스스로 '왜 이러는 걸까'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들어 올린 우승컵의 수 만큼 중압감이 몰려왔다. 한국여자오픈에서 만난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요"라며 모든 것이 뒤섞인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한없이 작아지기도, 비난을 받기도, 집념을 품기도, 의문을 품기도 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눈물과 함께 큰 꿈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는 박현경과의 명승부 끝에 올해 5번째 우승컵을 레인보우 힐스에서 들어 올렸다.
기자회견장에서 노트북을 덮고, 무지개 언덕으로 향했다. 올해부터 대회 후원을 시작한 DB그룹의 표어 '큰 꿈(Dream Big)'이 눈에 들어왔다. "또 꿈이네"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박민지는 여전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꽃 세례를 받고, 녹색 재킷을 입고 순회배를 들었다. 통산 9승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대회에서 메이저 첫 승이다. 골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3대 단체장(이중명 KGA 회장, 김정태 KLPGA·AGLF 회장, 구자철 KPGA 회장)의 축하도 받았다.
시상식은 마치, 디즈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폐막 행사 같았다. 불꽃놀이와 폐막 곡처럼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을 장면 말이다.
이 장면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골프장 관계자는 "또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고, 협력사 관계자는 "우승자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시상식을 가리키며 이러한 말을 했다. "참 쓸 게 많죠." 입에서 이러한 대답이 나왔다. "참 꿈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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