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531조2420억원을 기록해 사상 첫 5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6월 말보다 6조85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중기대출이 한달 새 7조원 가까이 늘어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말보다는 34조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1월 말(448조원) 대비로는 83조원 이상 늘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 심화는 대기업과도 비교된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78조6612억원으로 전달(78조2125억원)보다 44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보다는 3255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대기업 경영 상황은 좋아지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더 나빠지는 ‘K자형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기대출이 지난달 들어 급속도로 늘어난 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영향이 크다. 중기대출에는 자영업자 대출도 포함되는데,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기들은 통상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다. 이에 따라 중기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건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경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를 이어가고 있는 탓에, 중기대출이 상환되지 않고 지속해서 쌓이고 있다는 점도 중기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장해준 대출과 이자의 총액 규모는 지난달 22일 기준 108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중소기업 가운데 좀비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좀비기업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건 결국 대출의 질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비기업들은 현재 저금리,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등의 조치로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의 자금난이 지속될 경우 한꺼번에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이면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이후 중기 자금 수요는 꾸준했지만 지난달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었다"며 "중소기업을 비롯해 경기민감 업종들의 경영환경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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