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취임 후 탈통신 신사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도약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14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총 10건, 1조925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구 대표는 지난주에만 주요 인수·합병(M&A) 두 건을 체결했다. 지난 10일 KT그룹의 미디어 그룹사 지니뮤직은 국내 전자책 구독 서비스 1위 업체 '밀리의 서재'에 464억원을 투자해 지분 38.6%를 인수하고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밀리의 서재 인수를 통해 KT그룹 미디어 밸류체인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검증된 스토리 플랫폼 밀리의 서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흥행 콘텐츠를 제작하고, 올레 tv, 시즌, SkyTV 등 유통채널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8일에는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지분 100%를 약 1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엡실론 인수를 통해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1위 사업자 KT는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데이터 시장을 정조준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으로 뻗어나갈 전망이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일찌감치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코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1조925억원 규모의 탈통신 분야 투자로 내실을 다지고, 디지코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대표는 업계에서 투자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M&A 전문가로서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구조적인 준비는 마쳤고 내년 중 몇 가지 그림이 공개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 후 1호 투자 기업은 지난해 6월에 추진된 현대로보틱스다. 5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분야 협력을 구축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보했다.
미디어 부문에선 지난해 10월에 현대HCN, 현대미디어를 각각 4911억원, 290억원에 인수해 유료방송과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528억원을 현물출자해 그룹 내 미디어 밸류체인의 중심 역할을 맡은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했다. 4월에는 미디어 사업 핵심 솔루션을 공급하는 전문 기술업체 알티미디어를 220억원이 인수했다. 5월에는 1826억원을 현물출자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을 운영하는 KT시즌이 출범했다.
금융 부문에선 지난 4월 자산관리 서비스 앱 뱅크샐러드에 250억원을 투자해 전략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지난 6월 웹케시 그룹에 236억원을 투자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와 기업 간 거래(B2B) 금융시장을 아우르는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KT그룹 소속 케이뱅크, BC카드와 뱅크샐러드, 웹케시 그룹이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금융 DX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KT는 디지코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인공지능, 클라우드, 미디어, 금융, 로봇, 헬스, 커머스, 부동산, 모빌리티 등 8대 신사업을 선정했다. 과거와 달리 KT의 M&A 전략이 외형 확대보다는 8대 신사업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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