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보험사기 주범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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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10-3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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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채널 확대에 수입 감소…보험사기 유혹 커져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29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A(21·남)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27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사거리에서 실선을 넘어 차선 변경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2019년 4월부터 약 1년9개월 동안 8차례에 걸쳐 64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대면 수요 증가와 1200%룰 시행으로 수입이 감소한 보험설계사가 보험사기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기로 적발된 대형 보험사 및 보험대리점 전·현직 보험설계사 26명에 대해 등록 취소 또는 최대 180일 업무 정지 등의 제재를 했다.

제재를 받은 전·현직 보험설계사들이 근무했거나 소속된 보험사 및 보험대리점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농협손해보험, 신한라이프생명 등이다.

이번 보험 사기 제재에서는 보험설계사들의 기상천외한 수법이 눈에 띄었다.

엠금융서비스 보험대리점의 보험설계사는 2019년 자기 아들이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 포경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마치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것처럼 '귀두포피염'이라는 병명의 허위 진단서를 내서 3개 보험사에서 총 760만원을 챙겼다.

프라임에셋 보험대리점의 보험설계사는 2016년 여행 중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려 액정이 파손된 것처럼 신고하는 수법으로 5개 보험사에서 보험금 100만원을 타냈다.

농협손해보험의 전 보험설계사는 2017년 지인들과 공모해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지인의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은 뒤 교통사고인 것처럼 꾸며 보험금 1463만원을 챙겼다.

이 보험사의 또 다른 전 보험설계사도 지인들과 짜고 보행 중에 지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힌 뒤 교통사고인 것처럼 허위 신고해 보험금 40만원을 타냈다.

이처럼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는 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새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인구가 보험설계사로 유입되면서 보험영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감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생명·손해보험 설계사는 28만5499명으로 1년 전(27만7918명)보다 7000명 이상 늘었다. 2010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던 보험설계사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6월 말 26만9213명까지 떨어졌던 보험설계사 수는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설계사 수는 늘었지만, 설계사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8개 생보사의 1500명 이상 설계사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1차 유행기(2020년 2월) 직후인 지난해 3월, 4월, 5월의 생명보험 전속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8%, 4.9%, 6.3% 감소했다. 대면영업 환경 악화에 따른 보험계약 체결 건수 감소가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설계사 소득이 감소한 지난해 3~5월 중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1년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전속설계사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3.8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3% 급감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전속설계사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각각 3.04건, 3.06건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9%, 17.8% 감소했다.

보험사의 대면 채널 비중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16개 손보사의 대면채널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0조6376억3200만원을 기록했다. 비대면채널인 사이버마케팅(CM)채널의 원수보험료가 같은 기간 23.3%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원수보험료 중 대면채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분기 90%에서 올해 1분기 85.3%로 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인구가 보험설계사에 대거 뛰어들면서 보험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과거보다 보험사기에 대한 유혹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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