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팔에 철심을 박은 이준민(21)이 투지를 보였다.
제12회 아시아태평양아마추어챔피언십(AAC) 둘째 날 2라운드가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두바이 크릭 골프 앤 요트 클럽(파71·6986야드)에서 열렸다.
전날 밤 이준민은 버디 6개, 보기 4개, 쿼드러플 보기 1개를 엮어 2오버파 73타를 때렸다. 출전한 한국 선수 6명 중 꼴찌다.
2번 홀(파4) 쿼드러플 보기가 뼈아팠다. 전날 그는 "티샷 중 실수가 나왔다. 레이업도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곳(바위)에 공이 있었다. '스탠스(발 위치)'가 어렵다 보니 골프채와 공이 물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기 진행요원들이 '골프채가 아직 물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요원들의 도움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준민은 공동 4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버디 3개, 보기 6개를 엮어 3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 5오버파 147타.
4번 홀(파5) 버디를 낚았지만, 7번 홀(파4)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10번 홀(파5) 보기, 11번 홀(파4) 버디, 12번 홀(파4) 보기, 13번 홀(파5) 버디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5번 홀과 17번 홀(이상 파4) 보기가 아쉬웠다. 결국 '커트라인(합격선)'을 넘지 못했다.
이준민은 2019년 이 대회에서 8위(7언더파 281타)를 기록했다. 출전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지난해(2020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않았다.
올해 그는 'AAC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지난 4월경 교통사고를 당했다. 학교(텍사스 A&M)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에서다.
결국 오른팔 손목에 철심과 나사를 박았다. 골프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부상.
이날 18번 홀(파4) 이준민은 탈락을 직감했다. 그래도 웃으며 동반자들과 주먹을 맞댔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이준민은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1라운드 입수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부모님은 항상 골프채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말씀이 생각나서 지체 없이 들어갔다. 골프채가 물에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같은 정상급 선수도 종종 분에 못 이겨 골프채를 호수에 빠뜨리곤 한다. 이준민에게 골프채는 다른 의미다. 분신과도 같다.
사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사고 이후 2달 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다. 다시 나갔을 때는 골프가 잘 됐다. 그러나 이후 2달 동안은 80타를 깨지 못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남들과 다른 몸이 됐다. 감각은 좋지만, 많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화가 났지만,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제150회 디 오픈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다.
물론, 탈락한 이준민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그는 "괜찮다"며 "꼭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통사고는 그에게 무쇠팔과 시련을 줬다. 7개월 동안 연했던 마음이 눈물과 함께 단단해졌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힘차게 돌아섰다. 수술한 팔로 카트를 끌고 걸었다. 무쇠팔 악바리의 힘찬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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