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단순 노무·서비스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용시장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고용시장 구조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이 담긴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고용구조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술 변화로 오는 2025년까지 단순 노무·서비스직 노동수요가 21만명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보고서에서 "기술 발전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면 근로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변화는 단순 노무·서비스 직군의 노동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기술 변화 사례로 배달 서비스, 온라인 교육플랫폼,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마트 금융 등을 제시했다.
비대면·인공지능(AI) 등으로의 전환이 빨라지면 고용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KDI는 2025년 기준 직업별 고용 비중은 기존 추세에 비해 전문·관리직에서 0.3%포인트, 반복 직무 직군에서 0.5%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단순 노무·서비스 일자리는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3분기 계절조정 취업자 수(2704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단순 노무·서비스 일자리만 21만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별 고용 비중을 보면 2025년에 고숙련 서비스업은 1.5%포인트, 제조업은 0.8%포인트 각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숙련 서비스업은 2.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숙련 서비스업은 단순 노무·서비스 직군의 근로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보니 대면 직무를 대체하는 기술 발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KDI 분석이다.
실제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은 비대면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일부 서비스 업종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2만8000명 감소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21만7000명)과 도소매업(-17만7000명) 취업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교육 수준별로는 고졸 이하(-46만3000명),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직(-38만1000명)이 가장 컸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도 재택근무가 쉬운 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제약이 크지 않았다.
해당 연구를 함께 진행한 엄상민 명지대 교수는 "직업별 고용을 보면 산업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코로나 사태 충격이 이질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에서 재택근무가 어려웠던 산업과 직업에서 고용 충격이 더욱 심각했고, 이런 차별적인 고용 충격이 경기 회복기에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단순 노무·서비스업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고용구조 전환에 따른 영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60대 이상이 주로 종사하는 단순 노무·서비스업에서 노동 수요가 감소하면 직업 전환이 어려운 경제 주체들에게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영업 등에서 저숙련 근로자들이 일할 곳이 줄어들면 플랫폼 시장으로 노동 공급이 몰려 근로 여건이 더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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