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테크 스타트업 ‘픽셀스코프’는 스포츠 중계 시장의 필수 불가결한 변화 움직임에 주목했다. 중계권료의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제작비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기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수십 명의 인력을 특수제작 카메라와 소프트웨어 기술로 대체하고, 비대면 중계 서비스와 하이라이트 자동 생성 시스템이 있다면 제작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가설을 현실화하고 있다. 선수와 공의 3차원(3D) 좌표를 데이터로 추출하면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해진다. 자동화와 선수 경기력 분석을 넘어 메타버스 시대의 스포츠 중계까지 고민하고 있는 권기환 대표를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포츠 중계는 전통적인 인력 시장이다. 다수의 사람이 붙어서 촬영하고, 제작하는데, 그 일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대체하는 개념이다. 실시간 중계부터 영상 제작, 하이라이트 생성, 방송 송출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를 위해 특수카메라와 이미지 프로세싱, 영상 처리, 딥러닝, 머신러닝 기술이 활용된다.”
- 자동 중계 기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중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제작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 건가.
“최근에 한 방송국과 함께 탁구 경기를 중계할 일이 있었는데, 그 쪽에서는 스태프 29명과 카메라 4~6대가 투입됐다. 중계차와 전기 발전차까지 왔다. 우리는 방송용 카메라를 설치하기만 하면 소프트웨어로 통제하기 때문에 사람 1명만 현장에 있었다. 중계차와 특수장비도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 메이저 방송국에서 중계하면 2000~3000만원이 드는데, 비인기 종목의 협회사들은 이를 감당할 예산이 부족하다. 픽셀스코프는 10분의 1 비용이면 해결 가능하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무인 중계가 좋다. 경기 중 가장 방해되는 요소 중 하나가 카메라맨이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선이 분산되는데, 우리는 카메라만 설치해 두기 때문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 또, 코로나19로 실내 경기장 인원 제한이 있는데, 중계 인력이 덜 투입되면 다른 코칭스테프가 들어올 여유가 생긴다는 장점도 있다.”
대한탁구협회와 메인 스폰서십...전국 단위 5개 대회 중계
- 기술을 도입한 첫 번째 종목을 탁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탁구는 야구, 축구, 배구처럼 경기장이 크거나 룰이 복잡하지 않다. 경기 중 모든 이벤트가 테이블 위에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작업도 필요해서 탁구를 선택했다. 올해 대한탁구협회와 메인 스폰서십을 맺었고, 전국 단위 5개 대회를 성공적으로 중계했다. 향후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면 다른 종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축구와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에 도입하기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3차원 좌표로 기록한다면, 그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겠다.
“지금은 선수들이 공을 치는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하고, 녹화 영상을 다시 봐야 한다. 우리 시스템에서는 순간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자동 추출하고, 데이터로 정형화해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엔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법을 고민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있다. 데이터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국가대표팀과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특수장비 카메라를 기획, 개발하면서 내가 가진 기술로 어떨게 더 즐기며 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루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특수카메라에 3D 개념을 적용하고, 스포츠 경기 중계에 활용하는 것을 봤다. 그 스타트업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엄청난 밸류로 인텔에 인수됐다. 특수카메라와 영상처리는 자신 있는 분야라 도전해보기로 했다.
AI가 등장한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영상 처리로 공을 찾을 때 화면의 배경을 지우고, 공이 어떻게 생겼는지 수학적으로 일일이 계산해야 했다. 지금은 공 영상을 이미지화해 계속 AI에 넣어주면 스스로 학습해서 자동으로 찾는다. 프로세스는 간소화됐는데, 정확도는 엄청나게 올라갔다. AI가 인력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시기의 문제라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 향후 스포츠 테크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스포츠도 하나의 영역으로 분류될 거다. 지금은 경기장에 가서 현장 경기를 관람하지만, 미래에는 아바타 형태로 경기장에 들어가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유빈 선수가 경기한 탁구 경기를 촬영하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 세계를 만들고, 아바타가 3차원으로 들어가 선수 바로 옆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경기장 직관도 재밌지만, 가상으로 구현한 경기장에 들어가 선수들 바로 옆 자리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일 거다.”
- 글로벌 진출 계획을 말해달라.
“사실 국내 스포츠 시장은 너무 작다. 게다가 비인기 종목 스포츠는 자본이 별로 없다. 국내 스포츠 테크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으므로 초반에는 레퍼런스를 쌓고, 2023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 기술은 중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 환경에서도 적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엑서게임4D’다. 헬스장 바닥에 빔을 쏴서 회원들의 움직임을 가이드하고, 게임처럼 운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 헬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단 운동이 제한돼 있는데, 서울창업허브 글로벌 PoC 지원사업을 알게 돼서 싱가포르부터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스타트업은 마케팅으로 1억~2억원 투자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번에 허브 지원을 받아 제품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다행히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낮고,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다. 내년 1월에는 우리 제품을 설치해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내년 목표를 말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중계하는 스포츠 종목을 2개 이상 확장하고, 2023년에는 미국 진출을 목표한다. ‘엑서게임4D’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처를 확대하고, 국내에서는 대기업 등과 협업해 빠른 시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예정이다. 향후에 방송 자동화 분야에서는 글로벌 ‘넘버원(No.1)’의 영향력을 갖고,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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