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조 던진 연기금, 내년에는 순매수로 돌아온다

증시상승에 이익실현+주식비중 맞추려 매도세

최근들어 일부 순매수로 돌아서 1000억원 사자

대선주자들 연기금 적극투자 공약도 한몫할듯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팔자’ 기조로 일관했던 연기금의 행보가 최근 들어 완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연기금이 기관 순매도 금액의 절반 이상을 쏟아내며 눈총을 받았다면, 내년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연기금은 24조9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전체 기관 순매도 금액인 37조8596억원의 63.64%에 달하는 규모다.

연기금이 금액 기준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었다. 올해에만 10조9147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이어 LG화학(-1조9740억원), SK하이닉스(-1조8532억원), 네이버(-1조5669억원), 현대차(-1조1431억원), 삼성SDI(-1조1231억원), 카카오(-8587억원), 현대모비스(-8244억원), SK이노베이션(-7600억원), 엔씨소프트(-7450억원) 순이었다.
 
이는 국내 주식 가격 상승에 따라 정해진 목표 비중에 맞추기 위해 주식을 대거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기금운용 계획을 보면 올해 말 목표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16.8%다. 하지만 9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자산(918조7000억원) 중 18.4%인 169조5000억원이 국내 주식으로 이뤄져 있었다. 특히 자산 중 20% 이상이 삼성전자로 구성된 만큼 매도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연기금은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에 나서는 등 평소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폐장일까지 연기금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간다면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월간 기준 순매도 행진이 18개월 만에 마무리된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이달 2일 시장 전망을 통해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올해 목표치인 16.6%에 근접하면서 시장이 더 하락하면 연기금 매수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연기금 매도가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은 주식시장 반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월 30일 코스피는 2839.01에서 이날 2993.29로 마감하며 월간 기준으로 5.43% 올랐다.

연기금의 순매수 행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증시 디커플링으로 연기금의 수급 개선 여지가 생겼다”면서 “이는 올해 4분기 해외 주식 대비 국내 주식이 크게 소외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연금의 금융투자자산 내 국내 주식 비중은 3분기 기준 18.4%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7.5%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인 16.8%의 ±3%포인트 수준으로 신규 여유자금 배분을 포함할 때 적어도 내년에는 올해와 같이 순매도 일변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연기금의 순매수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신규 지수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코스닥 관련 신규 지수가 발표된 이후 확인된 공통점은 연기금이 코스닥을 순매수한 만큼 발표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코스닥 전체에 대한 연기금 순매수는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