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은 수많은 스캔들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대륙별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카타르 월드컵 TV 시청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카타르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죽음, 여성 및 동성애 탄압, 언론 억압 등이 주된 이유였다. 독일의 경우 예선 탈락도 원인이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월드컵 TV 시청률은 크게 낮았다.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최초로 중동 국가에서, 그것도 겨울 월드컵이 개최되었기에 이들 국가의 자부심은 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예선에서 2대1로 꺾는 파란과 더불어 모로코가 4강에 합류한 것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큰 이변으로 평가받았다. 나아가 월드컵을 통해 전 아랍인들을 단결시킨 효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이집트, 그리스가 공동으로 2030년 월드컵 유치에 나섰다. 2026년에 열리는 23번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이 공동 개최하며 참여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참가팀 확대로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80경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2002년에 내걸었던 ‘꿈은 이뤄진다’는 염원의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크게 3가지의 융합, 즉 새로운 젊은 리더십, ‘원팀’,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먼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 역사상 최연소인 리오넬 스칼로니(44세)는 ‘스마트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과감한 세대교체와 신구(新舊) 선수들의 조화로 승리를 일궈냈다. 또한 리오넬 메시 선수를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원팀’으로 뭉쳐 우승에 대한 강력한 염원을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메시는 7골에 3도움으로 최고 골잡이임을 보여주었고, 이번 월드컵 그라운드에서 뛴 거리는 이전 게임과는 다르게 많았다. 노장 앙헬 디마리오의 결승전 활약 1골에 1도움은 승리에 결정적이었고, 골키퍼 등 많은 선수들이 뭉쳐서 승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12번째 선수’, 즉 국민 단결과 카타르 현지에서 수만 명의 뜨거운 응원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 관중 약 6만명이 입장해 목이 터져라 응원했지만, 경제적으로 더 강하고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프랑스 관중은 1000명에 불과해 응원 목소리가 묻혀 버렸다. 12번째 선수인 관중 응원이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을 결산하면 크게 4가지 새로운 트렌드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먼저 축구 선수 기용에서 ‘순혈주의’ 타파다. 어쩌면 카타르 결승전은 이민자 자손들 간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 메시는 이탈리아, 프랑스 음바페는 알제리 후예다. 19세기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후손들이, 반면에 제국 국가였던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모로코 등 출신으로 이민 온 후손들이 선수 중심축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독일이 우승할 때도 순혈주의를 타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요하임 뢰브 대표팀 감독은 ‘대통합 리더십’으로 독일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순혈주의를 타파했다. 부모가 터키 이민자인 메수트 외질, 아버지가 튀니지 출신인 사미 케디라, 아버지가 가나 출신인 제롬 보아텡, 어머니가 풀란드 출신인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를 과감하게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번 우승국 아르헨티나의 스칼로니, 지난 우승국 프랑스의 데샹, 그리고 지지난 우승국 독일 뢰브 감독까지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좋은 실력과 팀을 위한 선수를 발탁한 것이 우승의 비결이다. 4강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 대표팀 선수들 다수가 다른 나라 국적이었다. 2002년 박지성 등 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발굴해 기용한 ‘히딩크’ 감독의 용인술로 4강이 가능했다. 반면에 최근 14억명의 중국 국가대표 감독은 돈을 받고 선수를 기용해 월드컵 예선 탈락에다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 감방에 갔다.
둘째, ‘언더도그(underdog)' 국가들의 부상이다. 전통적으로 유럽 및 남미 국가들 강세 속에서 아시아 및 중동·아프리카 국가 대표팀의 부상이다. 대표적으로 사막의 돌풍을 몰고 온 모로코의 4강부터 일본이 네 차례 우승한 독일과 스페인을 침몰시키고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이겨 16강에 함께 올랐다. 중동과 아시아의 축구 실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 끊임없는 혁신과 젊은 신예 발굴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데샹 감독은 음바페, 그리즈만 같은 젊은 선수 발굴, 새 전략·전술로 우승했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축구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예선 탈락한 독일의 실패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독일 감독은 선수 선발과 전술에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브라질, 포르투갈 등 나이 든 감독들이 퇴장했고, 아르헨티나 스칼로니 등 젊은 감독들이 부상했다. 나아가 이번 월드컵에서도 10대 스타들이 부상했다. 영 플레이어 상을 받은 우승국 아르헨티나의 엔조 페르난데스를 시작으로 17세인 스페인 파블로 가비, 19세 동갑내기로 영국 주드 벨링엄과 독일 자말 무시알라가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10대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기용해 기회를 주고 미래 스타로 키워가는 것이다. 반면 우리 국민들이 16강 진출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에게 아쉬워하는 점은 젊은 이강인 선수 기용에 대해서다. 그나마 조규성 선수의 활약에 만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연속으로 16강에 오른 일본 축구의 부상이다. 현재 유럽 5대 리그(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일본 선수가 16명 이상이다. 우리는 3분의 1 수준이다. 일본 대표님 주장 요시다 마야(독일 FC 샬케04 소속)는 경기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우리 팀 8명이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어 독일 팀을 잘 알고 있다”며 “승리를 예상했고 실제 승리했다. 일본은 한·일 월드컵 이후인 2005년 ‘일본의 길’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월드컵 우승을 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세웠다.
카타르 월드컵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세계화 시대에 과감하게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과감한 리더십과 ‘원팀’, 담대한 중장기 목표, 그리고 젊은 선수 발굴과 국민 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다. 초저출산으로 인구 소멸로 가는 우리에게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새 문화현상, 다문화사회가 미래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계기일 수 있다. 나아가 히딩크를 넘어 독일 뢰브나 클린스만 감독을 영입하는 담대한 대한민국 축구 패러다임을 추구할 때다.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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