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재개발의 성패를 좌우할 고도제한 완화를 두고 각 조합이 정비계획 변경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고도제한을 118m까지 풀겠다는 ‘118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두고 빚어진 갈등은 시공사 재신임으로 봉합되긴 했지만, 서울시가 규제 완화에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합과 시공사 등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남2~5구역 모두 층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기존 고도제한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재정비촉진구역은 '남산 경관 보호' 취지로 생긴 기존 90m 고도 제한을 100~110m 이상으로 완화하기 위해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한남뉴타운 재정비촉진구역은 지난 2016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변경지침에 포함된 '90m 고도제한'을 아직 적용받고 있다. 당시 남산 소월길 해발고도 90m 이하 및 반포대교 남단에서 남산 7부능선이 조망 가능한 높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한이 생겼다.
이 같은 고도제한 요소가 없는 성수, 여의도 등 다른 개발 구역에서 최대 70~80층 재개발 계획안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한남2~5구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층수가 낮고, 건폐율이 높게 개발될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데도 고도제한 완화가 주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고도제한을 기존 90m에서 118m까지 완화하겠다는 '118 프로젝트'를 약속하며 한남2구역 시공권을 따냈다.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고 건폐율을 32%에서 23%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고도제한 완화 실현 가능성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있었지만, 대우건설은 지난 17일 한남2구역 조합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투표 결과 재신임을 받아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대우건설은 '한남재정비촉진지구(한남뉴타운) 변경지침' 개정을 통해 높이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며,내년 8월까지 118프로젝트 달성 가능 여부를 조합에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한남2구역 외에 3~5구역 역시 층수 제한 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예정으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3구역은 현행 22층·90m를 추후 중대설계변경 시 특화설계를 통해 '최고 33층·110m'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남4구역은 일부 블럭이 7층으로 제한된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촉진계획변경안이 통과됐지만, 12층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담긴 촉진계획변경안을 다시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높이계획이 73m로 더 낮아 건폐율도 31.63%로 가장 높은 한남5구역도 4구역과 마찬가지로 일부 블럭의 7층 제한을 12층까지 높이는 내용으로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높이 규제 완화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남뉴타운은 남산 경관의 핵심 지구이기 때문에 고도 제한을 풀기 어렵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에도 남산 주변 높이 규제 완화 대상지를 발표하며 한남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제외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상징과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남산을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게 중요하지, 일부 조합원들의 이익으로 사유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남뉴타운 조합 관계자는 "서울 핵심입지에 최고급 주거단지로 변모할 곳인데, 높이 제한으로 인해 건폐율이 높아져 (동 간 간격이) 빽빽해지면 변두리 빌라촌들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라며 "서울시는 압구정, 성수는 50층, 70층 이상도 해 주면서 왜 한남뉴타운만 이전 규제로 묶어두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한 구역에서 90m 고도제한이 풀리면 전 구역으로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업 속도가 빠른 구역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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