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6000발에 달하는 보복 폭탄을 가자지구에 퍼부으면서 팔레스타인 1500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약 3분의1(500명)이 어린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테러집단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융단폭격은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IAF)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서 지난 7일부터 가자지구에 총 6000발에 달하는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IAF는 “수십 대의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가자지구 전역의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겨냥해 공격했다”며 “지금까지 하마스를 표적으로 삼아 약 600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썼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 수는 역대급이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평화 기구 PAX의 고문이자 UN 전쟁 범죄 조사관이었던 마크 가라스코는 “이스라엘은 일주일도 안 돼 미국이 1년간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한 것과 맞먹는 규모의 폭탄을 작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가자지구)에 퍼부었다”며 이런 융단폭격은 민간인 사망자를 초래하는 실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미 공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1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투하한 폭탄 수는 약 7423개다. UN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 전쟁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는 7600개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을 투하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주도 연합군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슬람국가와의 전쟁 기간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에 투하한 폭탄 수는 월 기준으로 2000~5000개였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1500명이 사망했다. 이 중 어린이가 500명, 여성이 276명이다. 부상자는 6만6000명에 이른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난민 수는 24시간 전 대비 8만4444명 늘어난 42만3378명에 달한다. OCHA는 “이스라엘의 공중, 해상, 지상에서의 강력한 폭격이 쉬지 않고 계속됐다”면서 “지난 24시간 인구 밀집 지역의 주거용 건물들이 표적이 돼 파괴됐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백린탄도 사용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군이 이번주 가자지구 항구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 있는 두 곳에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백린탄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화상은 물론이고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가자지구가 완전히 봉쇄돼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인들이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집트가 라파 통행로를 개방해야 한다. 가자지구는 바다와 이스라엘이 건설한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 접경지인 라파를 통해서만 외부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들의 땅에 있어야 한다”며 통로 마련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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