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16대 총통선거(13일)를 열흘 앞둔 3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에 돌입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의 격차가 줄며 '불안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여론조사 신뢰도 추락 ▲막판 돌발변수 발생 가능성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 문제 등을 이유로 대만 대선 정국은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을 띠는 모습이다.
서로 "내가 유리"···여론조사마다 엇갈린 지지율
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대만 16대 총통선거는 역대 최다로 여론조사가 진행돼 가장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여론조사가 "유권자 표심을 조작하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조사방식(유선전화·휴대폰·인터넷)이 서로 다르고, 유도성 질문 항목을 집어넣는가 하면,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가 서로 달라서 결과에 차이가 나는 만큼, 정당마다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이용해 유권자를 현혹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1일 국민당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기금회 링타오 부집행장은 대만 여론조사 기관인 데일리뷰를 인용해 허우 후보가 38.11%로, 라이 후보(38.1%)를 0.1%포인트(p) 앞서며 '골든크로스(역전현상)'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링 부집행장은 허우와 라이 후보 간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며, 허우 후보 당선을 위해 야당이 표심을 모아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국민당이 인용한 다른 두 여론조사 기관인 ET투데이와 TVBS에서도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 지지율 격차는 각각 2.8%, 3%p로 근소한 가운데 라이 후보가 '불안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커원저 후보를 내세운 중도 성향의 민중당은 2일 내부 참고용인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27.2% 지지율로 1위를 달리는 라이 후보에 이어 커 후보가 26.9%로 2위, 허우 후보는 26.4%로 3위라고 발표했다. 민중당이 인용한 여론조사 기관은 청년층이 애용하는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조사를 진행한 신촨메이(信傳媒, CM미디어)와 퀵시크(QuickseeK)다. 커 후보가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점을 고려한 것. 민중당은 특히 TV토론 이후 사흘 연속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각 후보 지지율이 반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젊은층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민진당·국민당 초접전 속 민중당 '포기' 가능성
현지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메이리다오뎬쯔바오(美麗島電子報)는 민진당 당원이 창간한 매체로, 보통 민진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지난달 30일 이곳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지지율 39.6%로 안정적인 선두를 달렸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는 각각 28.5%, 18.9%로 라이 후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다만 메이리다오덴쯔바오의 여론조사 관계자는 "현재 투표를 한다면 라이 후보 득표율이 40.6~41.8%, 허우 후보 득표율이 36.7~38.5%, 커 후보가 20.6~27.7%로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 간 득표차가 3~4%p로 좁혀질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을 적극 밝히는 민진당·민중당 유권자와 달리, '샤이(Shy) 국민당'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대거 몰려 나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판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국민당 허우 후보와 민중당 커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점차 벌어지면서 커 후보가 막판에 선거를 포기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
다만 커 후보의 지지자가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대만 연합보의 여론조사에서는 커원저 후보가 중도 포기할 경우, 지지자의 49%가 국민당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했다. 민진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반면, 홍콩 명보는 3일 전문가를 인용해 커 후보의 주력 지지층인 35세 미만의 청년 유권자가 민진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커 후보의 지지층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불확실한 만큼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 모두 앞서 TV토론회에서 커 후보를 향한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양안 관계' 쟁점 부각···中 '조국통일론' 일제히 거부
한편 대선을 열흘 앞두고 각 정당마다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양안 관계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모습이다.
민진당 라이 후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하며 대만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와 양안 현상 유지를 주장한다. 라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TV 생방송 토론에서 "양안'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중국 정부로부터 "완고한 대만 독립론자", "양안 평화 파괴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반면, 대만 분리 독립을 반대하는 국민당 허우 후보는 현 차이잉원 정부의 반중 노선으로 오히려 대만의 경제와 안보가 불안해졌다며, 대만 헌법의 기초하에 중국과 관계를 회복해 대만 해협의 고조된 긴장 분위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줄곧 주장해 온 조국 통일론에 대해서는 세 정당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당 자오샤오캉 부총통 후보도 2일 "당선 후 절대 통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생애에 통일을 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대만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내 통일을 지지하는 사람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셰다원 국립 대만대 사회학 박사생은 3일 미국의소리(VOA)에 "대만 유권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중국에 의한 강제 통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민진당 지지자는 오늘날에야 비로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국민당 집권으로) 다시금 중국과 관계가 개선돼 의존도가 높아지면 또다시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위협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국민당 지지자는 민진당의 반중 노선으로 오히려 전쟁 위험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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