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포토] "통장 잔고 마이너스였는데"…에미상 휩쓴 '성난 사람들' 만든 시간들

감독·주연배우, 모두 수상 소감에서 과거 이주 경험 털어놔

초기 LA 생활 '마이너스' 삶..."무엇에도 확신 없었어"

15일(현지시간)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감독상, 각본상을 받은 이성진 감독(왼쪽)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 배우. [사진=AFP·연합뉴스]

"처음 LA에 왔을 때 돈이 없어서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 63센트였다. 그 무엇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던 제가 이런 것(트로피)을 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의 8관왕을 차지한 '성난 사람들'(원제 BEEF)의 이성진 감독(43)은 수상 소감을 이렇게 털어놨다. 가난에 허덕이던 교포 감독은 이날 최고 권위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감독상과 작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성진 감독은 자신이 작품에 천착한 배경에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작품 초반 등장인물(대니)의 자살 충동은 사실 제가 겪었던 감정들을 녹여낸 것"이라며 "작품을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놔 주신 분들을 통해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엔 '소니 리'라는 미국식 이름을 사용하던 이 감독은 봉준호·박찬욱 등 국제 무대에 이름을 날린 감독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본래 이름을 쓰고 있다.
 

이날 남우주연상을 받은 주연 배우 스티븐 연도 과거 이민 경험과 관련된 수상 소감을 남겼다. 서울에서 태어나 5살에 미국으로 떠난 그는 "판단하는 건 쉽지만, 남에게 공감하는 건 어렵다"고 말하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짚었다.
 
고뇌하는 이주민 주인공에게 이입하는 게 힘들었던 그는 "대니(극중 배역)로서 살아가기 힘든 날들도 있었고, 그를 멋대로 판단하고 조롱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편견과 수치심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한다"고 힘줘 말했다.

10부작인 블랙 코미디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지난해 4월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다.
 
이 드라마는 이날 에미상에서 감독상 외에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과 여우주연상(앨리 웡), 작품상 등 총 11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앞서 이 작품은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 14일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쓴 바 있다.
 

성난 사람들 포스터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