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장 고비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통신업계 수익 악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현장에서도 이통사 대표들은 이와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MWC 전시장에서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발로 뛰는 비즈니스 행보가 이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사이 곳곳에는 각국 ICT 기업 CEO들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이들은 각 부스를 돌며 그 기업의 현재와 미래 기술력을 관찰하거나 경영진끼리 만나 협력 제안을 하기도 했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 대표는 MWC 기간에 하루 2만보 이상을 걸었다며 농담을 건넸다.
국내와 달리 해외 이통사들은 전시 부스에 가상현실(VR)·확장현실(XR) 기기 전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스페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실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공 던지기 게임을 할 수 있는 VR 기기 체험 공간을 부스 한쪽에 마련했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촉감을 공유할 수 있는 '필 테크'를 선보이며 진화된 XR 기술을 자랑했다.
글로벌 이통사 관계자들은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가 도래하면 AI 기술과 결합해 현재 촉감·미각 등에서 나아가 감정까지 공유하는 등 XR 기기의 역량이 방대해지고 종류도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면 최대 수익원 중 하나가 될 것이란 기대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비자 유치 경쟁으로 치닫게 된다는 의미다. 국내 이통사 경영진도 이 부분에 흥미를 보이며 신사업으로 키워나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신사업 도전을 망설이게 하는 대목은 역시 자금이다. 미래 먹거리로 표현되는 신사업을 하려면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통사 수익구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익원인 통신 수익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 지난해 SK텔레콤과 KT 무선전화 수익은 10년 전인 2013년보다 각각 5%, 6.5% 감소했다. 후발 주자인 LG유플러스만 늘었다. 신사업에 투자해야 할 '종잣돈'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올해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이동통신 사업자 간 보조금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이통사는 신규 가입보다 번호이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쓸 수 있게 된다. 수익원인 통신요금제는 점점 낮추면서 돈(비용)은 더 쓰라는 말이다. 현재 보조금 경쟁에 미온적인 이통사지만, 정부가 어떤 압박으로 팔을 비틀지는 미지수다. 규제를 가하는 만큼 진흥책도 제시해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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