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투수 겸 타자 오타니 쇼헤이(30)가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문제 관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일본 매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즈하라의 정보 통제로 인해 오타니가 관련 사안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26일 이번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 앞에 설 예정이다.
24일 아사히신문은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이 시간대별 취재 내용을 공개한 사실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ESPN의 최초 취재에 응할 당시 오타니에게 빚을 대신 갚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ESPN의 취재에서는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바 있다.
신문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통역에 전면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오타니의 홍보담당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통역사 자격을 이용해 정보를 조작해 왔다는 것이다.
이후 ESPN 측은 다음 날인 20일 오전, 전화로 미즈하라와 약 90분간 인터뷰했다. 미즈하라는 2021년 포커 게임을 통해 캘리포니아의 도박업자 매튜 보위어와 알게 되었고 그 직후부터 스포츠 도박을 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스포츠 도박이 불법인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2022년 말 기준 100만 달러 이상의 도박 빚을 지게 됐으며, 2023년 초에는 빚이 400만 달러까지 급증하면서 오타니에게 처음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미즈하라는 빚 독촉으로 사람들이 집까지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는 탐탁치 않아 했지만 도와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불법도박업체에 돈을 송금하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오타니는 전혀 몰랐으며, 오타니에게는 “단지 빚을 갚기 위해 송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오타니의 계좌에서 보위어측에 50만 달러씩 8~9회에 걸쳐 송금했다고 밝혔다.
취재가 이뤄진 지 몇시간 후 다저스는 서울에서 열린 개막전을 치뤘다. 경기 후 팀미팅에서 미즈하라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나는 도박 의존”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이 자리에서 다저스 구단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오타니 선수가 빚을 갚는데 도와줬다”는 식의 설명을 한 것으로 ESPN은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오타니의 홍보담당을 인용해 구장에서 호텔로 향하는 도중에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언급한 상황은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홍보담당은 그때까지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통역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21일, 오타니의 변호인단은 “최근 언론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오타니가 대규모의 절도 피해자라는 것을 발견했으며 당국에 고발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저스 구단은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조치 했고, ESPN이 직후 미즈하라와 통화했을 때 그는 “이전 인터뷰에서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고, 오타니는 내 도박과 빚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오타니는 통역은 물론 야구 외적인 부분에 대해 미즈하라의 도움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즈하라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상당 기간에 걸쳐 오타니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