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인력 재배치해 SW 역량 강화...현대차 'SDV 전환'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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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04-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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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행기술원 왜 해체했나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선행기술연구원(IATD)을 해체한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SW(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효율성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행기술원, AVP(차량 소프트웨어 조직), 포티투닷 등 기능별로 분산돼 있던 선행연구개발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소프트웨어와 내연기관 간 기술 역량을 제고하고,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취지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 차종을 100% SDV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SW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차 선행기술원은 자동차를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연구조직이다. 기계, 전기전자, IT·SW, 소재·화학 등 도전적인 신기술 개발을 주력으로 하며, 현대차의 기술 개발 방향성을 모색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2021년 1월 출범했다. 출범 3년 만에 해체한 배경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의사 결정 부재, 선행·양산 R&D 간 시각차, 연구개발 중복 투자 등으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는 오너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선행기술원 해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철저한 성과 중심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차 조직 분위기와 장기적인 시각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선행 연구조직의 특성이 정면 충돌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매년 C레벨급 회의에서 선행기술원 존폐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따라 선행연구 기능은 대부분 AVP 본부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 초 연구개발 역량 효율화를 위해 연구 조직을 미래 분야인 AVP본부와 기존 양산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본부 등 2곳으로 개편한 바 있다. AVP본부는 그룹 내에 흩어진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통합한 곳으로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는 △META(Mobility Engineering&Tech Acceleration) 조직 △차량 SW 조직 △SDV 본부 내 연구개발 조직을 한데 묶어 출범했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 SDV 본부장(사장)이 이끌고 있다.

선행기술원 해체로 R&D 리더십이 일원화되면서 그룹 내에서 송창현 사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의 남자'로 불리는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CTC 등 글로벌 IT기업을 두루 거친 SW 전문가로 네이버랩스 연구센터장과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네이버랩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9년 자율주행 TaaS 스타트업 '코드42'(현 포티투닷)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 본부를 신설하고 송 사장을 수장으로 발탁했다.
 
현대차 SDV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전 차종을 SDV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차량 내 무선 업데이트 기술이 적용되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기능과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고, 사용자에게 맞는 기능을 조합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량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SW기술을 바탕으로 차량 설계·제조가 단순해지면 제조 원가가 20%가량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는 SDV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SDV 시장 규모는 2020년 180억 달러에서 2025년 52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회장도 "미래차 성패는 SDV 기술력이 관건"이라며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전환하고,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적인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3년 만에 선행 조직을 해체한 데 대해 안타깝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행연구는 대부분 '돈을 쓰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기업에서 오래 존속하기 어려운데 현대 선행기술원은 오너의 강력한 의지로 출범해 기대가 컸다"면서 "회사 상황에 따른 결정이었겠지만 한국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조직 해체와 관련해 조만간 구체적인 지침을 내릴 방침이다. 이종수 선행연구원장(부사장)을 비롯한 소속 연구원들은 전문 분야 등과 관련해 회사 면담 과정을 거쳐 소속이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해체 외에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내부 방침을 정리해 구성원 혼란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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