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제4이통사 회의론…"실패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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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4-04-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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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28GHz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토론회

  • 정부 막대한 지원 속 제4이통사 선정됐지만 실효성 논란 지속 분위기

  • "스테이지엑스 자체 망 구축 정도 등에 따라 비례적으로 지원해야"

  • 민주당 "제4이통사 실패할 시 진상규명 위한 국정조사 실시해야"

사진윤선훈 기자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8GHz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토론회의 모습. [사진=윤선훈 기자]
최근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엑스)이 4번째 이동통신사로 선정된 가운데 이들이 기존 공언한 자체 통신망 구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 주도로 제4이동통신사가 강력히 추진됐는데,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면서 야당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8GHz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토론회에서 "향후 스테이지엑스가 국민과 정부에 약속한 자본 확충과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정부 지원에 의지해 이통 사업을 영위하게 되고, 정부는 '잘못된 지원'으로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충분한 안전장치 마련이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모 교수의 우려는 스테이지엑스가 다양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제4이통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제4이통 사업자에 대해 1년차에 납부해야 할 주파수 할당대가 총액을 전체 25%에서 10%로 낮추고, 최대 4000억원의 정책금융 지원과 함께 자체 통신망 미구축 지역에서 이통 3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로밍'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지엑스가 오는 5월 4일까지 할당대가의 10%인 430억원을 납부하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되고, 회사 측이 공언한 28기가헤르츠(GHz) 통신 서비스 구축도 본격 개시된다.

다만 스테이지엑스가 과연 앞으로 예정된 막대한 5G 설비투자를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재일 의원은 "스테이지엑스의 지주사격인 스테이지파이브는 2023년 1685억원의 자본잠식을 기록했고 자산총계는 약 40억원 감소했다"며 "스테이지엑스가 3년간 최소 612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경영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본금을 제대로 조달하고 당초 목적대로 제4이통사로서 시장경쟁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당초 약속했던 28GHz 통신망 확충보다는 이통사의 기존 망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는 당초 정부가 경쟁 촉진을 위해 제4이통사를 추진한 취지와는 어긋난다. 

제4이통사는 보수 정권을 중심으로 그간 꾸준히 추진돼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수차례 제4이통사 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에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적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전국 단위 주파수를 할당하기 위한 경매 최저 가격을 기존 절반 이하 수준인 742억원으로 책정했고, 주파수 할당 뒤 3년 내 의무 구축해야 하는 최소 기지국 수도 1만5000개에서 6000개로 대폭 줄였다. 이외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까지 제4이통사 선정에 공을 들였다. 이처럼 정부의 노력 끝에 신규 제4이통사가 선정됐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수년째 고착화돼 신규 가입자를 끌어오기 쉽지 않다는 점도 스테이지엑스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는 요인이다. 정훈 청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이통사가 매출 1조원을 확보하려면 가입자당평균매출(APRU) 3만5000원 기준으로 가입자 238만명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 이통사 가입자는 매년 23만명이 순증하고 있다"며 "즉 타사 가입자 215만명을 번호이동 등을 통해 가져와야 하는데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이를 유도하려면 엄청난 마케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8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모 교수는 "정부 지원금 규모를 회사 측이 앞으로 자본 확충을 얼마만큼 할 것인지에 연계해야 한다"며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로밍 제공 범위도 자체 네트워크를 얼마만큼 확충할 것인지에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 이통 3사에게 적용되는 서비스 품질 보장과 이용자 피해 보상 기준을 스테이지엑스에도 적용하고, 스테이지엑스로부터 망 구축 계획을 사전에 제출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신규 이통 사업자에게 주파수를 할당하는 과정에서 자격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주파수 할당 시 재정적·기술적 능력의 구비 요건에 구애받지 않고 제4이통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가 의도적으로 할당신청 고지 제3조 단서를 존치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단서는 경매 방식으로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재정·기술적 능력 등에 대한 심사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 위원은 "즉 현행 법제상 주파수 할당과 기간통신사업 등록 절차 어디에서도 실질적인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도록 돼 있다"며 "제3조 단서의 면제 규정을 폐지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서 재정적 능력 구비를 등록 요건으로 엄격히 적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도별 통신망 의무 구축 수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연도별 할당대가 납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책금융 지원과 로밍·설비제공 지원 등 정부 차원의 혜택을 중단하고, 할당 주파수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만일 제4이통사가 실패할 경우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4이통사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 많은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며 "제4이통사 실패 시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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