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개하자 국내 기업들에 대한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BYD, CATL 등 주요 중국 토종 업체 판매와 실적은 개선된 반면 국내 완성차·배터리업체 성장 속도는 둔화됐다. 한국의 주요 수출 종목인 정유와 석유화학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으며 적자 늪에 빠졌다. 중국은 미국·유럽연합(EU)의 견제 문턱이 높아지자 국내 완성차기업이 신흥 시장으로 점찍은 동남아와 중동 시장을 우방국으로 삼아 20~5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국내 기업들 실적 '직격탄'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올 1분기 신에너지차 수출은 24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했다.
신에너지차 생산량이 211만5000대로 28.2% 늘어났지만 자국 내 수요가 둔화되면서 해외 시장으로 물량 쏟아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BYD 수출량은 4만3000대로 13배 뛰었고 체리자동차와 JAC모터스 수출도 각각 150%, 97% 늘었다.
한국의 주요 수출 종목인 정유 업종에서도 중국 측 공세가 거세다. 지난 3월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월 대비 58% 증가했다. 미국 제재로 원유 수출이 막힌 러시아에서 원유를 값싸게 수입해 저렴한 가격에 다시 수출을 하는 것이다.
미국·EU에 대한 수출이 막힌 중국이 국내 산업계가 주력하는 수출 품목에서 밀어내기를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에 대한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가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29% 줄었다. SK온은 영업손실 3315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의 1분기 순이익은 105억 위안(약 2조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8% 증가했다. BYD 순이익은 10.62% 증가한 45억6900만 위안(약 8700억원)이었다.
석유화학업계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은 67% 줄었고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영업손실 312억원을 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적자를 면치 못했고, 금호석유화학은 50% 가까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중국 전기차업체는 오히려 판매 증가세를 나타냈다. BYD의 1분기 판매대수는 14% 늘었다. 우링자동차의 전기차 판매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특히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규제에도 판매가 29% 늘었다. 보조금을 제외받은 독일에서는 매출이 40% 성장했고 미국에선 판매가 50% 증가했다.
◇저가 중국산으로 눈 돌리는 '동남아·중동'
미·중 통상마찰이 거세지자 중국은 동남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를 비롯해 러시아, 중동을 우방국으로 삼아 글로벌 점유율 높이기에 더욱 속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80%로 BYD(34%), NETA(20%), MG(17%), ORA(9%) 등을 기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앞선다. 태국 내 BYD는 새 아토3 모델 가격은 기존보다 18% 내린 89만9900바트(약 3500만원)에 책정됐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169만9000바트·6336만원) 대비 절반 가격이다. 돌핀 가격은 65만9900바트(약 2461만원)에 그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판매량 중 64%를 우링이 차지했다. 3억5800만 루피아(약 3061만원)인 빙궈EV와 2000만원대인 에어EV 판매가 주효했다. 체리자동차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고7을 6000만~7000만원대 아이오닉5보다 낮은 3000만~4000만원대에 가격을 책정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신흥 시장으로 점찍은 인도에서는 BYD가 아토3를 앞세워 지난해 1500% 이상 성장세를 나타내며 시장 점유율 2.1%인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내 재고로 쌓인 신차급 전기차를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하는 중국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고차업체의 주요 수출국인 중동에서 한국산 중고 전기차 수출량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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