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소재 명문 사립대인 호세이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대형 상사와 인재 서비스 업체 등 총 10개 기업에서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A씨는 "월급과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취업할 곳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문 사립대인 쓰다주쿠여자대학에 다니는 B씨는 "요즘은 4학년이 되자마자 슈카쓰(就活·취업활동)가 시작되기 때문에 보통은 3학년부터 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2025년 대졸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채용이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대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면접 등 기업 채용 절차를 6월, 내정은 10월부터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통상 6월부터 시작했던 채용 일정도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전국 공립·사립대 62개교 4770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올봄 대학을 졸업한 취업 희망자 중 98.1%가 취업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매년 취업률을 추계해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0.8%포인트 상승해 1997년 조사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년 졸업을 앞둔 대학생 가운데는 상반기에 취업 활동을 끝낸 학생도 많았다. 일본 구인구직회사 리쿠르트 조사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이미 취업이 내정된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6.0%포인트 상승한 78.1%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면접에서 탈락시킨 학생들이나 내정을 포기한 학생들과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있을 재지원에 대비하거나 장래 고객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요미우리신문은 경리대행서비스업체 '메리비즈'가 지난해부터 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게 결과 통보뿐만 아니라 개선점을 함께 서면으로 통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필요 이상으로 존대어를 사용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좀 더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는 조언 등이다.
메리비즈 측에 따르면 "취업 활동에 도움이 됐다"며 감사 답신을 보내오는 지원자도 나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계자는 "탈락한 학생들과도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타 기업 관련 직종에 취업해 활약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서비스기업 '윌그룹'도 면접에서 불합격한 지원자 전원에게 면접 담당자 평가를 담은 메일을 전송하고 있다. 윌그룹은 "기업이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기업을 고르는 시대가 됐다"며 "타사와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정 사퇴자'를 우대하는 '패스트패스(fast pass)'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등장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자사 지원 후 3년 이내에 다시 지원하는 이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최종 면접부터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인사담당자는 "타사 문화를 접해보거나 다른 일을 경험한 인재들이 사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바현에 위치한 '지바흥업은행'은 2025년 졸업생부터 내정 사퇴자가 타 업체에서 3년 이내로 근무하다 다시 지원하면 면접 절차를 한 번으로 끝내기로 했다.
구인난으로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더 나은 회사로 옮기는 구직자가 늘면서 퇴직 대행 서비스도 유행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입사한 지 2주를 채우지 않았음에도 퇴직 대행 서비스 요청이 잇따르는 등 퇴직 대행이 성행 중이다.
이처럼 심각한 일손 부족을 배경으로 올해는 채용 인원이 정원에 미달한 기업도 늘었다. 리쿠르트에 따르면 2024년 신입 채용에서 계획대로 학생들을 확보한 기업은 36.1%에 그쳤다.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취업률이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 취업 정보회사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고용을 억제하던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고 있다"며 "일손 부족으로 내년 봄 대졸자 취업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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