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의 하반기 주요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이 될 전망이다. 올 초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70억원대 금융 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이 근본적 원인으로 내부통제가 어려운 지배구조를 지적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이은 금융사고, 부진한 실적…이석준 회장 연임 가능성 미지수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금융감독원의 하반기 은행권 경영실태평가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에 맞춰 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라며 "현행 45일이었던 차기 최고경영자(CEO)의 임원추천위원회 기간을 3개월로 늘리는 작업을 연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내부통제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올 초 연이어 발생한 배임 사고 때문이다. 농협은행에서는 올 3월과 5월 총 3차례에 걸쳐 173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잇단 배임·횡령 사고가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탓이라고 보고 있다. 중앙회가 금융지주와 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중앙회의 영향력이 금융사에 과도하게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 인사들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겸직·이직하는 일이 잦아 전문성 없는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농협금융지주의 부진한 실적도 앞으로의 과제다. 농협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1.2% 감소한 651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4215억원)의 순익도 37.3% 급감했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금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3895억원)을 제외하고는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성적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점검에 직접 나선 데 이어 부진한 실적까지 기록하자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간 CEO 임기(2년) 만료 후 1년을 연장하는 '2+1' 임기 보장 사례가 있었지만, 올해 닥친 여러 악재로 연임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평가다.
주요 사업인 '디지털 전환' 사업은 순탄…종합생활금융으로 도약
이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주요 사업 전략으로 언급했던 디지털 전환(DT)과 인공지능(AI) 도입 등의 디지털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1~2월 목표로 금융서비스에 비금융 영역을 더한 종합금융플랫폼 '슈퍼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농협금융지주는 대표 플랫폼인 'NH올원뱅크'의 금융상품몰을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는 예금, 대출 등 일부 금융상품만 가입할 수 있었으나 보험, 신탁, 퇴직연금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상품을 290종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실시간 딥러닝 AI기술을 적용한 'AI금융상품 추천서비스'를 NH올원뱅크, NH스마트뱅킹, 영업점 마케팅 허브에 적용했다. 절세, 투자 등 고객의 관심사와 고객별 금리, 부동산 보유 등에 대한 예측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추천 서비스다. 하반기에는 상품추천에 생성형AI까지 연계하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오는 9월 초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하반기 전략과 2025년 경영전략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금융·생활·인증 서비스를 통합한 '슈퍼플랫폼 미래 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춘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전략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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