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가계대출 감소를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증가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민용 저리 주택담보대출인 디딤돌대출·신생아특례대출 금리와 시중은행 금리 간 격차가 커지며 정책대출로 대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정책대출 금리 인상을 결정했지만 내년 공급 대상이 확대되는 신생아특례대출은 금리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금융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이후 일주일 새 2조4747억원가량 더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택 매매량 회복으로 늘어난 주담대가 가계대출 급증을 견인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일 기준 561조3905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6404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대출금리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0.2%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달 초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7일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며 정책대출 금리와 격차를 더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11일 기준 3.28~5.29%로 이달 들어 하단만 0.25%포인트 뛰었다. 디딤돌대출 금리(연 2.15~3.55%) 하단 대비 1.13%포인트 높다. 금리가 낮은 정책대출로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며 올해 4~6월 주담대 중 60%가 디딤돌대출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자금 위주로 가계대출이 불며 주관 부처인 국토부는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는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 조정 대상에서 신생아특례대출이 빠졌기 때문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2년 이내 출산한 부부에게 최저 연 1%대 특례대출을 제공하는 정책대출상품이다. 국토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상품 금리를 높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상향 조정된 디딤돌대출도 소폭 오르는 데 그쳐 여전히 주요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낮은 편이다. 국토부는 이날 디딤돌대출 금리를 기존 2.15~3.55%에서 2.35~3.95%로 0.2~0.4%포인트 올렸다. 금리 인상 후에도 5대 시중은행 주담대 혼합형 금리와 0.93%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억제에 나선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체 정책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 금리를 일반 주담대 수준으로 높이는 등 대출 공급을 조절하고 있으나 국토부 소관인 신생아특례대출은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은 하반기부터 대출 요건이 완화될 예정이어서 공급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기준은 3분기에 기존 부부 합산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 후 내년부터는 2억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은행권에서도 국토부·금융위로 나뉜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딤돌대출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대출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시중은행 대부분이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대출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더 강한 정책이 나와야 가계대출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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