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경영난에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현지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폭스바겐은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며 공장 폐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블루메 CEO는 “경제 환경이 더 어려워졌고 새로운 경쟁자가 유럽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독일은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2026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의 목표 수익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비용을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볼프스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잘츠기터 등 6곳에 공장을 두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 각각 1곳 이상씩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폭스바겐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 종료 방침을 밝히며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약 68만3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 중 29만5000명이 독일에 근무 중이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2만여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명이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경영진의 계획은 우리 일자리와 노동 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산업노조(IG메탈) 측은 “폭스바겐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폭스바겐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3분의1 가까이 하락해 주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구조조정 소식에 이날 폭스바겐 주가는 1.2% 상승했다.
중국에서의 성과 부진 등이 경영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비야디(BYD) 등 중국 현지 전기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폭스바겐의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ING 리서치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이번 결정은 수년간의 경기 침체와 성장 없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장 폐쇄는 독일의 경제 정책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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