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과 일본 국립연구기관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의 연구개발(R&D) 거점을 일본 내 설치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신문은 “반도체는 경제 안보에 중요한 물자로 유럽 및 미국 등에서 획득한 연구 데이터를 일본으로 이전하는 절차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내 최첨단 장비를 갖춘 거점을 마련하고 제조장비와 소재를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과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신규 거점은 3~5년 후를 목표로 설립된다. 일본의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한다. 이 장비는 회선 폭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인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운영 주체가 되며 인텔이 EUV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총 투자액은 수천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용료를 지불하고 EUV를 이용해 시제품 제작이나 시험을 진행한다. 신규 거점에서는 미 연구기관과의 기술협력이나 인재 교류도 검토할 예정이다.
일본 내에서는 최첨단 반도체의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가 올해 12월에 제조용 EUV 장비를 도입하지만 연구기관이 EUV 장비를 보유한 적은 없었다.
EUV 장비의 가격은 한 대당 400억엔(약 36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소재나 장비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벨기에의 아이멕(imec) 등 해외 연구기관의 EUV 장비를 이용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으로의 EUV 장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EUV와 관련된 장비와 소재도 심사 대상이 돼 해외에서 다룬 연구의 성과나 데이터를 일본에 반입하기 위한 수속에 시간이 걸린다.
일본 내 연구기관에 EUV 장치가 있다면 자사 제품에 연구 성과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 홀딩이 독점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에는 600개가 넘는 공정이 필요하며 관련 장치나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일본 내에서는 레이저텍이 EUV 관련 검사장비에서 100% 점유율을 갖고 있다. JSR 등은 회로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감광재로 강점을 가진다. 인텔은 새로운 연구 거점을 통해 일본의 소재 및 장비 제조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최첨단 반도체를 다루는 주요 기업으로는 대만의 TSMC가 2022년 6월 이바라키현 츠쿠바시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했다. 이는 반도체를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후공정’용 소재 개발에 중점을 둔 것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안에 요코하마시에 연구거점을 설립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 기술 개발의 장이 늘어나면서 일본의 장비·소재 및 반도체 디바이스 제조사가 최첨단 기술을 익힐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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