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 하락세에 철강·조선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원자잿값 하락은 ‘후판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조선업계엔 호재인 반면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철강업계엔 악재이기 때문이다.
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철광석 선물 가격은 톤당 91.61달러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철광석 선물가격이 톤당 144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5% 하락한 가격이다. 업계에선 톤당 100달러를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철광석 가격 폭락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전 세계 철강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철강 수요는 줄어든 반면 공급은 넘쳐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선업계는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후판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 인하는 철강사에 후판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조선3사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과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조선사와 철강사 간 후판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번씩 이뤄진다.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계는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 감소를 막기 위해 후판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인 가운데, 후판가격을 인상하는 건 맞지 않다”며 “현 상황에선 톤당 80만원대까지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강업계도 이번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저가 후판 공세로 정상적이지 않은 후판가격을 형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원가를 보장 받을 수 있는 후판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철강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후판 수출 물량은 2019년 311만톤에서 지난해 570만톤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국내로 수입됐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21만톤으로, 2021년(27만톤) 대비 4.4배 규모로 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저가 후판에 맞춰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국내 조선 철강 산업 생태계를 무너트리는 선택”이라며 “국내 철강사가 무너지면 조선사들도 적시에 철강 자재 공급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는 후판가에 대한 조선·철강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관련 협상 결론이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