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역으로 제대한 소년은 1991년 다시 골프채를 쥐었다. 제주시 오라 골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다. 프로골퍼의 스윙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독학이나 다름없었다.
소년은 뉴질랜드로 향했다. 1995년 준프로와 1996년 프로가 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입회는 1997년이다.
소년의 이름은 양용은이다. 양용은은 2002년 SBS 동양화재컵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양용은은 2009년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PGA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우즈를 눌렀다. 이번엔 3타 차로다.
두 번의 우승으로 '타이거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다승(82승), 메이저 최다승 2위(15승)를 보유한 선수다.
지난 7월 메이저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즈는 "양용은에게 당한 패배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몇 차례 더 우승한 양용은은 2022년 PGA 투어 챔피언스에 합류했다. 챔피언스는 미국 시니어 투어다. 피지의 비제이 싱, 남아공의 어니 엘스, 미국의 존 댈리 등이 뛰는 전설들의 무대다.
양용은은 이 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71번째 대회까지 우승이 없었다. 그렇게 72번째 대회가 도래했다.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이다. 이틀 연속 선두를 달리던 양용은은 마지막 날 13언더파 200타를 쌓았다.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상대는 '독일 병정' 베른하르트 랑거. 랑거는 챔피언스 최다승(46승), 최고령 우승(65세 10개월 5일) 보유자다. 양용은은 강자를 상대로 다시 한번 킬러의 면모를 보였다. 승부는 1차전에서 났다. 랑거는 3m를 놓쳤고, 양용은은 2m 버디를 넣었다.
양용은은 두 팔을 번쩍 들며 우승 기분을 만끽했다. 15년 전 우즈를 꺾을 때와 같은 미소, 같은 표정, 같은 몸짓으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