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시세변동률 반영해 균형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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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4-09-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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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도입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 폐지

  • 시장변화 반영한 '시장변동률' 도입해 균형성 제고

  • "폐지 방향 긍정적...도입 위한 국회 통과는 난항 예상"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한다. 도입 후 국민 조세 부담이 급격히 오르는 문제가 지적되는 등 부작용이 제기되면서다. 정부는 인위적인 공시가격 인상이 아닌 공시가격의 균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공시가격 산정체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전문가 자문 △국민 인식 조사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곱한 값으로,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의 괴리가 크고 지역별·주택유형별로 시세 반영률에 차이가 커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 2020년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현실화 계획이 도입됐다. 

그러나 적용 과정에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공시가격이 거래가격을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연구 등을 통해서 공시제도의 안정성 훼손, 국민의 경제적 부담 증가 등 현실화 계획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부동산 공시법 개정을 통해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하고, 국민 인식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공시제도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시장변화가 없어도 공시가격이 상승하도록 설계된 기존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고, 시장변화를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로 산정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시장변동률의 경우 조사자가 시장 증거에 입각해 부동산 각각의 시장 변동률을 판단하되, 균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균형성 제고분을 추가 반영하는 방식이다. 

조사자가 부동산의 시장가치 변화분을 제대로 입력하였는지 여부는 국제과세평가관협회(IAAO) 기준에 맞게 개발한 자동산정모형(AVM)을 통해 평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공시가격이 시장가치 변화와 유사한 수준에서 변동되므로, 공시가격의 공신력 확보에 유리하다"며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 수준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돼 공시가격의 실거래가격 역전현상 발생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균형성 저하 지역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 즉시 발의

공시가격의 균형성 제고방안도 도입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균형성 평가기준을 활용해 공시가격의 균형성이 크게 저하된 지역 및 부동산을 선별해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군·구 단위로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을 평가하고,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심층검토지역을 중심으로 선별한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산정을 요구해 균형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균형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균형성 제고 상한(전년 공시가격의 최대 1.5% 이내)을 설정한다. 이후 외부 전문가가 조사자의 재산정을 최종 검수하고, 국토부가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한다.

국토부는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체계 도입을 위해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이번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면 집값 변동과 상관없는 무리한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민 인식에 기반해 공시제도가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산정체계 개편이 필요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회의 여야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현실화 계획은 일반 주택까지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를 확대하면서 집값이 하락해도 사실상 증세가 되는 등 무리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폐지가 맞다"며 "다만 여야 대치가 계속되고 있고, 현실화 계획이 지난 정부에서 중점 과제로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원활하게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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