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전자재료 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매각한다. 양도 금액은 1조1210억원 규모다.
편광필름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액정과 조합해 전기 신호에 따라 빛을 차단하거나 통과시키는 광학필름이다. LCD, OLED TV와 모니터의 가장 바깥 면을 덮는 검은 필름 형태로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빛 투과도와 반사율을 조절하는 핵심 소재다. LCD TV의 경우 백라이트의 빛 때문에 패널 앞뒤로 2장, OLED는 앞면에 1장이 들어간다.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은 LCD가 주력이었다. 하지만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LCD 사업을 전면 철수하면서 힘을 잃었다. 이후 BOE, 차이나스타(CSOT), HKC 등 LCD 패권을 가져온 중국 패널업체들에게 물량을 공급하면서 사업을 이어갔지만 계열사 물량도 빠진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결국 발을 뺀 것이다.
LG화학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IT용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했다. 계열사 LG디스플레이가 2022년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종료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의 생산능력(캐파)도 50% 축소하면서 정리수순을 밟고 OLED 전환에 속도를 내자 LG화학도 빠르게 포트폴리오 정비에 나선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광저우 LCD 공장 매각도 추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대신 OLED로 전환하고 있지만, 편광필름의 경우 OLED는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이 앞서고 있는 만큼 삼성SDI와 LG화학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배터리와 OLED 소재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LCD 생태계를 집어삼킨 중국의 다음 목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TV다. TV의 핵심 부품·소재인 디스플레이와 편광필름을 자국 내에서 모두 조달하게 된 중국 TV 제조사들은 TCL과 하이센스 등을 필두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이미 LG전자를 제치고 2~3위에 올랐으며, 1위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도 좁혀나가고 있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디스플레이와 TV 시장 패권을 가져왔던 것처럼 우리도 중국에게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디스플레이부터 편광필름, TV 등 중국의 전략은 '가격 경쟁력'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값싼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타 국가의 경쟁사들을 압박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10억명이 훌쩍 넘는 안전한 내수 시장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 이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TV 기업들은 이제 부품·소재를 '중국산'으로만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 사업이 중국과의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듯이 소재업체들도 같은 방식으로 관련 사업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며 "자국 내 LCD 생태계를 확보한 중국은 TCL과 하이센스까지 성장하면서 삼성전자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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