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여전히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불안한 중동 정세와 맞물려 아랍계 미국인들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오랜 기간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아랍계 미국인들이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에 실망해 일부 등을 돌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내 아랍계 인권 단체 아랍아메리칸인스티튜트(AAI)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전역의 아랍계 미국인 등록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 중 46%는 대선 후보 중 선호하는 인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했다. 이는 42%에 그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4%포인트 차이로 앞선 결과이다. 또한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모두 38%로 동률을 이루었다.
이는 오차범위(±4.5%) 내 결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30년 동안 이 조사에서 약 2대 1의 비율로 민주당을 꾸준하고 강력하게 지지해오던 아랍계 미국인들의 민심 변화를 나타낸다고 AAI는 전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아랍계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60%에 달했다.
AAI는 "우리가 아랍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30년간 설문 조사 역사에서 가자전쟁이 이처럼 유권자 행태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아랍계 미국인들에게 있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은 이번 11월 대선에서 크게 다가오면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AAI에 따르면 아랍계 미국인들은 약 37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대선 경합주로 꼽히는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 각각 20만명, 10만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지역 모두 2020년 대선에서 수만표 정도 차이로 승부가 결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아랍계 유권자들이 올해 대선의 승부를 가를 캐스팅 보터가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해리스는 작년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후 아랍계 미국인들의 바이든 지지율이 17%로 곤두박질쳤던 상황에서 잃어버린 인기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고 AAI는 설명했다.
이 와중에 양 후보는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 공략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집트 출신 변호사이자 전 미국 국토안보부 관리인 브렌다 압데랄을 아랍계 담당자로 임명해 아랍계 민심 안정에 나섰고, 트럼프는 사돈인 레바논 출신 사업가 마사드 불로스 중심으로 조직을 동원해 아랍계 유권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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