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기준금리 내리는데 대출이자는 왜 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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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4-10-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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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월 만에 코픽스 상승 전환하며 은행들 주담대 인하 행렬

  • 통화완화 기조와 상반돼···'피벗' 기대 선반영·가계대출 관리 탓

사진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3년 넘게 이어 온 통화 긴축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대출금리는 되레 올라가고 있습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도 따라 내려가기 마련인데,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꽤 복잡합니다. 앞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면서 시장금리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인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당분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자 부담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6개월)를 연 4.71~6.11%에서 4.75~6.15%로 0.04%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우리은행도 연 5.31~6.51%에서 5.35~6.55%로 상단과 하단 모두 0.04%포인트씩 상향 조정했습니다.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를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시차를 두고 상승분이 반영될 예정입니다.

은행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건 전날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4%로, 전월(3.36%)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고 공시했습니다. 앞서 코픽스는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는데, 지난달 4개월 만에 반등한 것입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에서 제공하는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합니다. 즉 코픽스가 올라갔다는 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올라갔다는 말과 같습니다. 자금을 끌어오는 데에 더욱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대출금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의아한 점은 직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점입니다. 한은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습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도 함께 내려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에 발맞춰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이달 한은에서도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은행 대출금리는 왜 오르는 걸까요.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는 최근 시장금리를 둘러싸고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기준금리의 변화만으로 시장금리의 움직임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먼저 시장금리를 살펴보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선반영돼 바닥을 찍은 뒤 천천히 올라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주기형에 적용되는 금리인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는 지난 8월(3.101%) 저점을 보인 뒤 완만한 오름세를 보입니다. 전날 3.268%를 기록해 이달 중에만 0.109%포인트 뛰었습니다. 더욱이 4대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를 활용해 금리를 올리면서 이들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최대 5.7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인하기가 시작된 만큼 금리가 조정될 수 있으나, 당장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데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오름세가 너무 가팔라지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대출 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달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의 오름세(전월 대비 5조2000억원)는 역대급 증가폭을 기록한 8월(9조7000억원)보다 감소하긴 했으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추가 대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놓기까지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에도 가계대출 오름세의 불이 제2금융권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2금융 실무진들을 불러 모아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종합해 보면 당분간 내 집 마련을 위한 이자 부담은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연말 대출 수요를 억누르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력이 계속된다면 은행권의 눈치보기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만큼 은행들도 쉬이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대출 금리는) 내려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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