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국내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이 달라졌다. 여러차례 쇼핑센터를 들르며 '여행사 중심'으로 이뤄졌던 패키지여행이 이제는 자유시간을 보장하고 쇼핑을 줄이는 등 '여행객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 '패키지여행'이라 함은 주로 '대규모 저가 관광'을 떠올렸다. 10명에서 많게는 30~40명이 함께 떠나는 대규모 패키지 관광은 팁과 옵션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물론, 여행 중간중간 여행사와 제휴된 쇼핑센터에 들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여행 스타일이 달라졌다.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적은 인원이 취향에 따라 떠나는 '개인화'가 빠르게 확산했다.
그렇게 여행 패키지 시장의 판도도 달라졌다. 여행객들은 여행경비를 더 지불하더라도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노팁·노쇼핑·노옵션의 '프리미엄 여행'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어졌다. 또 4~5성급 고급호텔과 미쉐린 레스토랑 일정이 더해진 '프리미엄 여행'을 선호하기도 한다. '여행을 한 번 가더라도 제대로 가자'는 인식이 강해졌다.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의 인기는 리오프닝과 동시에 시작됐다. 하나투어는 2021년 하반기 '하나팩2.0'을 선보였다. '하나팩2.0'은 기존 여행 일정 중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쇼핑센터 일정을 배제하고 현지 맛집과 핫플레이스, 시내 중심 호텔 숙박 등으로 상품을 구성해 고객 만족을 높였다.
당시 타여행사들이 중저가 상품에 집중할 때 하나투어는 상품의 절반을 '하나팩2.0'으로 전환했다. '패키지는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에 새로운 시도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년 만에 하나팩2.0의 판매 매출 점유율은 65%까지 올라섰다. 10명 중 5명이 하나팩2.0을 선택한 셈이다. 하나투어의 중고가 패키지 상품 고객 비중은 2019년 8%에서 올 2분기 기준 27%까지 늘었다. GMV(수탁금) 기준으로 2019년 14%에서 최근 49%까지 확대됐다.
모두투어는 2019년 하반기 4성급 이상 호텔 숙박에 노팁 노옵션, 소규모로 운영되는 프리미엄 패키지 브랜드 '모두시그니처'를 선보였다. 당시 점유율은 5% 수준이었다. 모두투어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두시그니처를 재정비했고, 2022년 10월 새로워진 '모두시그니처'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현재 모두시그니처 점유율은 현재 21% 수준으로 올라왔다. 모두투어는 모두시그니처 점유율을 내년 상반기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모두투어는 작년 상반기 모두시그니처보다 한층 더 높은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 '시그니처블랙'을 론칭했다.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 상품 위주로 구성했으며, 5성급 이상 호텔 숙박, 미쉐린 레스토랑 등을 방문한다.
프리미엄 패키지의 인기가 증명되자, 후발주자들도 연이어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교원투어는 지난 6월 고품격 여행을 핵심으로 하는 매스티지 패키지 브랜드 '여행이지 플러스'를 론칭했다. 노팁·노옵션·노쇼핑 구성으로 여행 시 겪는 불편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나아가 일정·체험·미식·숙소 등 여행 취향과 특정 요소에 대한 선호도를 세분화했다.
지난 8월에는 노랑풍선이 프리미엄 패키지여행 브랜드 '톱 픽(TOP PICK)'을 선보였다. 노랑풍선은 전년 대비 프리미엄 상품을 5배가량 확대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5월 프리미엄 브랜드 'HIGH&(하이앤드)'를 론칭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 및 5성급 호텔 숙박 등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한 프리미엄 여행 패키지다. 고가임에도 '그리스 직항 패키지'와 '이집트 전세기' 등은 전 좌석 완판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박리다매 형식의 저가 여행은 이제 패키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고가 패키지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저가 패키지보다 수익률도 2배 수준으로 높고 고객 만족도도 높게 나타난다. 프리미엄 패키지는 결국 고객과 여행사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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