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이 5일(이하 현지시간) 본격 막을 올린 가운데 장장 25시간에 걸친 투표를 통해 차기 미국 대통령이 결정된다. 양 후보는 대선 전 마지막 날 경합주 중의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쳤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만 5곳을 도는 강행군을 펼치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로 유세의 대미를 장식했다. 4차례의 유세 중 2차례를 펜실베이니아에 할애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를 해고하고 미국을 구하자”며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무능을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0시(한국시간 5일 오후 2시) 뉴햄프셔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된 미국 대선 투표는 6일 오전 1시(한국시간 6일 오후 3시) 알래스카를 끝으로 25시간에 걸쳐 미 전역에서 이뤄진다. 다만 투표 결과 승자가 확인되는 시점은 안갯속이다.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은 우편투표 개표를 대선 당일에야 시작한다. 우편투표는 봉투 스캔부터 서명 진위 확인까지 거쳐야 하는 작업이 많다. 또 애리조나는 우편투표를 투표일 당일까지 접수할 수 있게 해 개표 완료까지 최장 13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대선은 5일 투표를 마친 뒤 주별 선거인단 명부 확정(12월 11일)과 선거인단 투표 실시(12월 17일), 선거 결과 인준(내년 1월 6일), 새 대통령 취임(내년 1월 20일)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극렬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못해 소요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대선은 50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 등에 배정된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해리스는 선거인단 226명을, 트럼프는 219명을 각각 우세주에서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첫 투표가 진행된 뉴햄프셔 딕스빌노치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가 각각 3표를 얻어 동률을 이뤘다. 뉴햄프셔주는 주민 100명 미만의 지자체는 자정에 투표를 시작해 결과를 곧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갖고 있다. 승부가 갈리는 것은 총 93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경합주로 펜실베이니아(19명),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미시간(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 네바다(6명) 등이다.
해리스에게 가장 가능성이 큰 승리 공식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북부 3개 주(총 44명)를 모두 가져가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들 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블루월’(파란 장벽)로 불리지만, 트럼프가 2016년에 민주당의 아성을 깼다. 이후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장벽을 재건해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이번에는 후보 간 우위를 가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해리스가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펜실베이니아는 트럼프에 대체로 소폭 뒤지고 있다.
나머지 4개 경합주는 일조량이 많은 ‘선벨트’에 속한 남부의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의 애리조나와 네바다다. 여론조사상 트럼프는 네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3곳에서 대체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승리하기 쉬운 길은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블루월의 취약 부분인 펜실베이니아를 공략하는 것이다.
두 후보가 동수 선거인단(269명)을 확보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 경합주 중 해리스가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에서 다 이기더라도, 트럼프가 애리조나·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에서 이기고 승자 독식 방식이 아닌 메인·네브래스카 주에서 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269명 대 269명으로 동률이 된다. 이 경우 차기 대통령은 내년 1월 연방 하원 투표에서 결정된다.
현재 핵심 승부처인 7개 경합주에서 어느 후보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양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3일 발표한 결과에서 해리스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4곳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살짝 앞섰다. 반면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4일 공개한 결과에서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등 4곳에서 오차 범위 내 우위였다.
두 후보는 투표 전날 막판 선거 판세를 좌우할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는 “우리는 지금이 미국에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여러분은 내일 일어서서 해리스에게 ‘우리는 충분히 참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 너는 미국에서 가장 무능한 부통령이다. 해리스, 넌 해고야’라고 말해야 한다”며 “그래서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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