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울산 HD 시절 홍명보 감독의 빌드업을 봐오시지 않았냐?"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 총괄 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의 선임 사유를 공개하며 해당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빌드업에서 K리그 1위를 하고, 기회 창출에서도 1위였다. 모든 게 홍 감독이 맞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 선수들이 해오던 스타일을 끌어올려 3차 예선을 통과하는 것을 고려해야만 했다. 제 선택을 비난하셔도 좋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그동안 선수들의 유기적인 호흡을 토대로 한 전술을 해왔기에 빌드업에 강점이 있는 홍 감독을 뽑았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 이사의 발언대로 홍 감독의 울산 시절 빌드업은 어땠을까. 갑작스레 궁금해졌다.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갖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분석을 시도했다.
*참고로 해당 지표를 이미지화해 챗GPT에 물어본 뒤 확인한 결과 약간의 오차는 발생했다. 그러나 해당 지표에서 활용한 패스의 경우는 모두 일치했다.
다만 해당 지표는 각 감독이 치른 경기 횟수가 달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공정한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각 감독이 팀을 이끈 경기당 지표 분석을 챗GPT에 요청했다. 결과값은 아래처럼 나타났다.
홍 감독은 패스, 단거리 패스, 전방 패스, 횡패스, 후방 패스, 공격진영 패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비진영 패스는 이 감독대행이 1위를 기록했다. 이후 해당 지표의 토대로 빌드업 점수를 요청하니, 챗GPT는 해당 산출값을 모두 더해 '빌드업 점수'라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다. '빌드업 점수'에는 패스 항목에서 총 7개 지표만 들어갔다. 빌드업 점수는 이 7개의 지표를 모두 더한 값이다.
결과값을 살펴보면 홍 감독이 1560.4점으로 1위였고, 이 감독대행이 1365.6점, 김 감독이 1285.7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홍 감독은 지난 2021년부터 울산을 이끌었고, 이 감독대행도 2023년부터 울산 수석 코치를 지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 감독은 홍 감독의 사임으로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 속 팀을 잘 추슬러 K리그 우승을 만들었다.
그래도 통계 분석 결과만 보면 이 이사의 홍 감독 선임 이유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통계적 모순도 드러난다. 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홍 감독은 11승6무5패, 이 감독대행은 1승2패, 김 감독은 8승2무1패를 나타냈다. 성적 순으로는 김 감독이 1위, 홍 감독이 2위, 이 감독대행이 3위다.
그렇기에 단순 빌드업 통계 지표가 모든 경기력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축구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한 기회 창출 및 상대 수비진의 실수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한편, 홍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직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의 선임 절차에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국가대표팀 감독 재선임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했다. 아무리 홍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이 최근 3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도, 선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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