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이후 대중 관세 폭탄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 중간재 수출국인 한국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의 대부분은 아직 중국 의존도가 높아 우리 기업에 안팎으로 미칠 악영향이 막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K-공급망'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일 외신, 관련업계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출범 이후 현행 11.7% 수준인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내년 7월 20.2%, 2026년 3월 28.2%, 2026년 9월 36.2% 수준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막고 대중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자가 대중 관세를 3단계로 인상해 2년 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관세 수준도 현행 1.2%에서 3.2% 수준으로 3배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관세 폭탄을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에서 반도체, 철강, 이차전지 등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4%로 2016년보다 5.5%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면 한국의 수출도 줄어들고, 특히 미국 수출을 위해 제조한 중국산 제품이 관세 장벽으로 한국, 인도, 중남미 등 대체시장에 쏟아지면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2기의 정책이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가 아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보편관세, IRA(인플레이션방지법) 폐지 예고보다 더 센 본편이 기다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광물 원산지 제도, 위구르 강제노동 기업 수입 금지 등 광범위한 공급망 관리에 나서면 한국 반도체 기업 전체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품인 희토류, 희귀가스 등은 아직 중국을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도체 연마제에 사용되는 희토류만 해도 지난해 중국 의존도는 61.7%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대미무역 흑자의 30% 이상을 차지한 자동차와 부품 분야도 보다 직접적인 미국의 견제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가능성을 높게 분석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에 고율 관세 부과·수입량 제한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다. 때문에 현대차, 기아는 미국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희토류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한 'K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국내 업체 최초로 베트남에서 대규모 희토류 산화물을 확보하고, LS전선과 함께 희토류 금속공장을 건설해 영구자석 제조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탈(脫)중국' 기조로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원자재가공품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에 적극 참여하거나 자원보유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광물 등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