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엔터프라이즈(이하 화승엔터)의 자회사 화승크라운이 유상감자를 단행하며 경영 효율화와 자본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화승크라운은 지난 3일 보통주 30만6393주 규모의 차등 유상감자를 결정했다. 자본금은 기존 5억1066만원에서 3억5746만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감자가 완료되면 발행주식수는 102만1310주에서 30% 줄어든 71만4917주가 된다. 1주당 액면가액은 500원이며 기준일은 오는 2월 28일이다.
화승크라운은 모자 완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신발 갑피를 생산하는 업체도 보유 중이다. 현재 70%의 지분을 보유한 화성엔터 자회사이며, 이번 감자가 완료될 경우 100% 자회사가 된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주로부터 주식을 일정 금액 지급하고 회수하여 소각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는 자본금을 감소시켜 재무구조를 효율화하거나 투자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주로 활용된다.
화승엔터는 이번 감자를 통해 화승크라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후, 사실상 재무구조가 불안한 자회사 조직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수직계열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자 목적이 투자자본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본 재배치라는 점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발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화승엔터는 주요 거래처 수주 물량에 따라 실적이 갈린다”며 “결국 효율적인 조직재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승엔터 입장에는 자회사를 수직계열화시켜 조직 내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화승엔터는 이미 2023년 실적 부진을 겪은 후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해왔다. 당시 주요 거래처인 아디다스의 재고 문제로 253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개선 작업을 통해 지난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해 3분기에는 13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이 기간 HS폴리텍 등 일부 자회사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승엔터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 제시한 올 4분기 화승엔터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230억원(흑자전환)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러한 실적호조를 근거로 화승엔터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아디다스 주요 제품 생산과 함께 효율성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승엔터는 아디다스 생산 벤더 중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디다스 스테디셀러(삼바)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25년부터는 삼바에 더해 스탠스미스, 슈퍼스타, 가젤 등 인기 모델 생산이 시작되며 매출 성장 및 믹스 개선에 따른 수익성 상승까지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적으로 안정을 찾은 화승엔터는 지난해 해외법인 대규모 인력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주요 거래처인 아디다스 수주가 늘어나며 미국, 유럽 수출 등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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