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과 정국 혼란으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1월 한은 전망치 1.6~1.7%도 달성도 난망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11%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앞서 한은 전망치인 0.5%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분기 성장률은 2023년 1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다가 2분기에는 -0.2%로 추락했다. 한은은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1.3%) 기저효과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3분기(0.1%), 4분기(0.1%)에도 쇼크 수준의 저성장을 거듭하며 연간 성장률도 2.04%에 그쳤다.
뚝, 뚝, 뚝… 내수·수출 기여도 동반 하락 치명타
4분기 성장 쇼크는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부진에서 비롯됐다. 4분기 부문별 4분기 성장률을 보면 건설투자는 건물·토목 동반 부진으로 3.2% 뒷걸음쳤다.민간소비는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의료·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반기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예상했지만 계엄사태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은 1.1%인데 이는 전 국민이 거리두기를 했던 2020년(-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외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0.5% 증가했고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의 호조로 1.6% 성장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0.3% 증가했고, 수입은 자동차·원유 위주로 0.1%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1월 전망 때 4분기 0.5% 성장으로 봤는데 실질 수치는 0.11%로 나와 부문별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쪽에서 전망치와 차이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줬고 건설 수주·착공 등 선행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12월 분양실적 등이 안 좋게 나오는 등 건설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빴다"고 말했다.
4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봐도 내수 부진이 두드러진다. 4분기 순수출(수출-수입)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 내수는 0%포인트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오로지 순수출만 성장에 0.1%포인트 기여한 셈이다.
내수 중 세부 항목별로는 건설투자가 -0.5%포인트를 기록하며 성장률을 크게 깎아내렸다. 이외 설비투자 0.2%포인트, 민간소비 0.1%포인트, 정부소비 0.1%포인트 등으로 성장에 기여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3.5%), 농림어업(3.9%), 전기가스수도사업(2.9%)의 성장이 떨어졌다. 반면 제조업(0.1%), 서비스업(0.3%)의 성장률이 소폭 증가했다.
연말 영향 이어진다···올해 전망은 더 암울
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한은은 지난해 상고하저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4분기 말 급격히 떨어진 동력이 올해 성장의 출발점을 떨어뜨리는 '이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해석이다. 매년 2·5·8·11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은 이례적으로 1월 중간 전망을 발표하며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내려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신 국장은 "지난해 3분기엔 중국에서 반도체 등의 공급을 확대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고 4분기엔 정치적 불확실성이 발생하게 되면서 전망에 오차가 생겼다"며 "수출과 내수의 부진이 올해 전체 연간 성장률에 계속 리스크 요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건설 경기 부진 심화는 올해 1분기에도 영향을 주면서 앞서 (한은 조사국에서 전망한) 0.5%보다 좀 더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기 하방 압력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속 기간과 내수 영향, 그리고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방향에 따라 성장 속도 등이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같은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국장은 "미국 신정부 정책, 우리나라 추경 논의 등이 가시화된다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추경 등 경기부양 대책과 정부에서 발표한 재정 신속 집행 계획들이 가시화되면 민간 소비 심리 위축이나 건설투자의 부진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재정 대응' 중요 변수 한목소리
전문가들도 올해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으며 재정.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반등 지연에 수출 둔화가 더해지면서 상반기 국내 경기 회복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기계 및 기업심리 위축이 당분간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도 글로벌 제조업 회복과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반영되는 시점이 2분기라 판단되며 개선세 또한 탄력적이기보단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분기에는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소멸한 탓에 민간 부문 부진의 충격이 그대로 경제를 타격했다"며 "올해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설 이후 추경과 산업지원책 추가 논의가 나온다면 2분기부터 성장률의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된다"고 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경제는 1.6% 성장을 예상한다"며 "1분기는 기저효과와 건설경기 위축으로 1%를 하회하고 2분기부터는 재정 조기집행, 추경 편성 등 정부지출에 힘입어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동안 추세선을 하회했던 재정지출이 내수를 부양하는데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된다"며 "2분기 추경 논의를 시작해 하반기 20~30조원의 추경을 3년 만에 실시한다면 급락한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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