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미 반도체 수출통제 우회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전 세계 AI 업계가 ‘딥시크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이 딥시크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딥시크가 AI 개발에 중국 수출이 금지된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이는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들이 들이는 연구비의 10% 정도만 들여 고성능 AI 모델 '알원'(R1)을 공개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지를 통해 중국에 조직적으로 밀수된 정황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에 판매를 금지한 엔비디아 칩을 딥시크가 동남아시아의 중개업체를 통해 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현재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AI 개발용 최첨단 반도체가 중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상무부의 수출통제에 대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밀수 관련자들이 제재를 받고 규제가 대폭 강화될 수 있다.
미국의 AI 기업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딥시크가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썼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는 "딥시크가 돌리는 AI 반도체의 상당한 부분이 (금지돼야 하지만) 금지되지 않은 것들로 보인다"며 "금지되기 전에 수출된 것들과 일부 밀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라고 했다.
그간 딥시크는 AI 모델 개발에 2023년에 합법적으로 사들일 수 있었던 엔비디아의 H800 반도체를 사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딥시크는 지금도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되는 더 낮은 사양의 H20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TV(CCTV) 모회사 중앙방송총국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은 중국 사이버 보안회사 QAX(奇安信)의 보고서를 인용해 딥시크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이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QAX의 보안 전문가인 왕후이는 위위안탄톈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를 겨냥한) 모든 공격 IP가 미국 것이었다"면서 지난 3일 공격이 시작됐고 27일과 28일부터 공격 횟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앞서 딥시크는 지난 27일 미국과 유럽 등의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앱 1위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직후 딥시크는 "대규모 악의적 공격"을 받아 신규 이용자 등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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