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학교가 끝나면 문구점에 갔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문구점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래서 종종 문구점이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곤 한다.
어렸을 때는 학교 앞 문방구에 갔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어른들의 문방구라고 불리는 성수동 포인트오브뷰에 간다. 주말이 되면 긴 줄이 서있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렸을 때는 학교 앞 문방구에 갔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어른들의 문방구라고 불리는 성수동 포인트오브뷰에 간다. 주말이 되면 긴 줄이 서있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가 창작의 도구를 제안하는 브랜드인 ‘포인트오브뷰’가 탄생하게 됐나
- 어릴 때부터 문구점 주인이나 포장 가게 사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용돈을 받으면 항상 문방구로 달려가 지우개 하나라도 사오곤 했다. 문구를 좋아하고 가까이하며 자란 덕분에,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근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한 가지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수많은 시간과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 즐거웠고, 점점 ‘장비빨’에 집착하는 어른이 되어갔다. 좋아하는 물건을 깊이 파고들면서 그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된 것이다.

성수동 포인트오브뷰에 긴줄이 서있다 [사진= 김호이 기자]
2014년 ‘자그마치’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왔는데 무엇이 기억에 남나. 운영했던 브랜드를 정리하기도 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 2014년 ‘자그마치’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여러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왔다. 하지만 나에게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가장 큰 흥미였지, 특정 업종에 대한 애정이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카페를 운영하게 된 것도 커피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공간 기획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7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더 성장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커피는 내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카페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한때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자체에 몰두하면서 여러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봤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가 오롯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리할 브랜드들은 정리하고, 앞으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게 됐다.

[사진= 김호이 기자]
취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데 취향이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줬나
- 취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지만, 취향은 단순히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취향을 한 바구니 안에 담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에만 집중하다 보면 비즈니스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취향은 학습과 경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구축할 때는 취향보다도 메시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가 명확할 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어떤 어린시절을 보냈나
- 어렸을 때부터 문구점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나는 고작 한 개의 제품을 상자에서 꺼내 사는데, 사장님은 그 상자 자체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부러웠다. 특히 선생님 시리즈가 그려진 지우개가 있었는데, 모든 시리즈를 모으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엄마가 그 지우개를 상자째로 사다 두고, 친구들이 모였을 때 문제를 내고 맞추면 하나씩 나눠 주곤 하셨다. 나는 그걸 갖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가 내주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마치 상을 받듯이 내 ‘덕질’을 도와주셨다. 그런 경험이 문구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걸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연결한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열정과 헌신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즈니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동시에, 시장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열정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력과 장기적인 방향성이 뒷받침될 때 가능해진다.
우리가 아는 문구점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은 뭔가
- 포인트오브뷰에 들어서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내가 가진 시간이 충분한지,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 일반적으로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마트식 진열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우리는 그것보다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산책하듯이 공간을 둘러보고, 이곳에 있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 단순히 제품을 찾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향유하는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장소,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고민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어디에서나 파는 창작의 도구를 돋보이게 하는 안목이 인상깊었다.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습관이 있나
- 많이 경험하고 직접 사용해봐야 나와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안목을 키우는 과정은 결국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며 배우는 것이고, 때로는 실패라 볼 수도 있는 순간들이 쌓여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정보만 소비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나무위키의 랜덤 버튼을 눌러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는 습관을 들이고, ‘그런가 보다’ 하고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한다. 궁금증이 생기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믿는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장인이 아니기에 더 좋은 도구를 필요로 하고 원한다. 도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다잡아주고 창작을 시작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부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좋은 도구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언제 문구의 힘, 도구의 힘을 느끼나
도구로 인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게 되는 나를 볼 때, 문구의 힘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새로운 도구를 손에 넣으면 이전에 해보지 못했거나 궁금했던 것들을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도구는 단순히 잉크가 나오는 펜이 아니라, 창작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사진= 김호이 기자]
도구를 소비함으로써 새로운 걸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만년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일반 펜으로 공부할 때는 외워지지 않던 단어들이, 다양한 만년필과 종이의 상성을 맞춰가며 공부하니 자연스럽게 외워지고, 쓰는 즐거움도 느끼며 암기도 되는 일석이조의 경험이었다.
창작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뭔가
-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도구뿐만 아니라 ‘아티스틱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틱 마인드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창작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청소를 하더라도 창작의 마인드를 가지고 하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재미있고 기획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예술가나 디자이너를 위한 도구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적인 사고가 필요한 모든 사람을 위해 도구를 제안한다. 공부하는 공무원부터 기획자, 연구자까지도 창의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장기에 창작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 포인트오브뷰는 특정 창작자를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누구나 창작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호감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기존의 문구점과는 다른 접근법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구를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늘어났다. 또한, 포인트오브뷰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도 감각적이고 고품질의 문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문구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우리나라 문구 업계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다양한 브랜드들이 더 좋은 제품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흐름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촬영: 김설,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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