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당시 한국 외교당국이 주요국과 나눈 긴급한 외교 소통을 30년이 지나 공개했다.
29일 외교부는 30년이 지나 비밀이 해제된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관련 외교문서를 28일 공개했다. 분량은 무려 2506권 38만여 쪽에 달한다.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하자 각국은 사인부터 후계 구도까지 긴급하게 정보를 교환하며 북한의 급변 사태가 불러올 지정학적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했다.
러시아는 타살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북한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보도 쏟아졌다.
중국은 김일성 주석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덩샤오핑의 배후 영향으로 가장 먼저 북한의 권력 세습을 인정하면서 북한의 체제 안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당시 김일성 주석이 심장혈관 이상, 동맥경화, 과로 등으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타살 가능성도 거론됐다.
주중 러시아대사관 참사관은 김하중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 공사와 만나 "극단적인 생각이지만 (남북) 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김일성의 사망을 촉진시켰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세계 각국은 김 주석의 사망으로 북한 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계자 김정일과 그가 이끌 북한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이 다수였다.
스탠리 로스 당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반기문 당시 주미대사관 공사와 면담에서 "김정일이 승계에 성공하더라도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돼 있는 데다 경제난으로 일정 기간 이후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봤다. 또 김정일이 핵문제와 관련해 강경파이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개혁·개방 흐름 속에 북한과 거리를 뒀던 러시아 당국자들도 북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994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승주 당시 외무장관과 만나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김정일 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덩사오핑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외교부의 한 인사는 "김일성은 과거 중국 방문 시 덩샤오핑에게 아들 김정일 문제를 부탁(托孤·탁고)해두었기 때문에 덩샤오핑이 생존해 있는 한 중국 정부는 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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