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정몽원 지음. 브레인스토어.
이 책은 국내 최초 ‘본격 아이스하키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유일의 아이스하키 실업 팀 HL 안양 아이스하키단의 구단주이자 ‘아이스하키 마니아’로 잘 알려진 정몽원 HL 그룹 회장이 자신의 30년 빙판 인생, 그 여정을 회고했다. 저자는 아이스하키 전문가이자 마니아로, 평생을 HL그룹의 재도약과 함께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으로 불태웠다.
HL그룹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해체 직전의 극한 상황까지 몰렸지만, 정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핵심 계열사를 되찾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정 회장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이다. 그에게 아이스하키는 삶의 축이자 생활 철학이고, 기업 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대중의 무관심과 빈약한 저변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심 없는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HL 안양 구단은 물론 한국 아이스하키 전반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다. ‘외환 위기 쓰나미’가 한국 스포츠를 덮쳤을 때도 꿋꿋하게 아이스하키 팀을 지켜냈고, 코로나 팬데믹 등의 악재로 다수의 실업팀이 잇달아 해체되었을 때도 그는 빙판을 떠나지 않았다.
이 에세이는 영광의 순간뿐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기억, 시련을 딛고 다시 도전해 성취를 이루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 등 그가 빙판에서 겪은 30년 세월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는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대중의 지지와 응원을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하는 것, 오직 그 생각만이 집필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과거를 공유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아이스하키의 감동과 재미, 매력을 알리고, 공감을 끌어내 단 한 명의 팬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배경 때문에 진지함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자세로 책을 서술했다.
“우리 아이스하키의 지난 날을 회상하고 있을 때 승무원이 핀란드에는 무슨 일로 가냐고 물었다. 아이스하키 관련 일로 간다고 하니 승무원이 “한국도 아이스하키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죽비로 호되게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과 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 진출로 우리 아이스하키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자부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우리는 작은 성취를 이뤘을 뿐 성공과는 아직 거리가 멀구나.’ 한국 아이스하키 미래를 다시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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