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홍준표 전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래도 이 당에서 행복할 때가 DJ, 노무현 정권 시절 저격수 노릇을 할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저격수 노릇이 정치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자고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으로 저들에게 타격을 줄까만 생각하면서 당의 전위대 노릇을 자처할 때, 나는 그게 내 역할인 양 착각하고… 그때가 이 당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시장은 "그런데 이 당은 언제나 들일 하러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면 안방은 일 안 하고 빈둥거리던 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며 "2006년 4월 서울시장 경선 때 비로소 이 당의 실체를 알았다. 일하는 놈 따로 있고, 자리 챙기는 놈 따로 있는 그런 당이라고, 그때 알았다. 결국 그런 속성이 있는 당이라는 걸 알고도 혼자 속앓이하면서 지낸 세월이 20년이었다"고 토로했다.
홍 전 시장은 "이 당의 정통 보수주의는 이회창 총재가 정계 은퇴하면서 끝났는데, 그간 사이비 보수들이 모여서 온갖 미사여구로 정통 보수주의를 참칭하고, 국민들의 눈을 가린 그런 세월이었다"며 "급기야 지금은 당의 정강·정책마저도 좌파 정책으로 둔갑시켜놨다. 자신들이 '국민의짐'이 된 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엎고 새 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국의 기득권층 대변자였던 토리당이 몰락하고 보수당이 새롭게 등장했듯이…"라고 덧붙였다.
정계 은퇴·탈당을 선언하고 하와이로 떠난 홍 전 시장은 지난 14일부터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14일 지지자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서 "탈당만 하면 비난할 테니 정계 은퇴까지 한 것"이라며 "다급해지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청년의꿈에서 "그 당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며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 따라 꼬마민주당에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국민의힘 전신인 신한국당 행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한국 보수의 대표적 인물이자 정치 선배로 평가받던 홍 전 시장의 최근 돌변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홍 전 시장의 최측근인 김대식 의원에게 "하와이에 가서 홍 전 시장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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