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찰스 랭글 미국 전 하원의원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시립대는 랭글 전 의원이 이날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랭글 전 의원은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다.
1930년 뉴욕 맨해튼 할렘에서 태어난 랭글 전 의원은 1948년 미 육군에 입대했고 1950년부터 1951년까지 약 1년간 한국 전쟁에 파병됐다. 당시 흑인 병사로만 구성된 제2보병사단 503야전포병대대 소속으로 평안남도 개천의 군우리 전투에 투입돼 등에 부상을 입었다. 이후 퍼플하트와 동성무공훈장을 받았으며, 2007년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수훈했다.
전역 후 뉴욕대와 세인트존스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랭글은 뉴욕 남부지법 연방검사 보좌관을 거쳐 1971년 고향 할렘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23선의 기록을 남기며 2017년까지 장수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의정 활동 기간 내내 한미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랭글 전 의원은 1977년 같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통일 결의안'(2013),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2014), '한국전쟁 종전 결의안'(2015) 등 다수의 대북·대한국 법안을 발의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지난 2003년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창설을 주도하며 초대 의장을 지냈다.
랭글 전 의원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2014년 일본 아베 내각의 고노 담화 검증 시도에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데 동참했으며, 2015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앞두고는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는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21년에는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하며 "(한국전쟁 때) 부상을 입고 한반도를 떠났을 때는 악몽과도 같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기에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미국의 7번째 교역 파트너이자 국제적 거인으로 부상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항상 내 마음속에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남북 간 평화를 촉진하면서 우리 두 나라(한미)가 더 가까워지고, 내 평생에 분단된 한반도가 통일되길 소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랭글은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며 "처음에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로, 그 후에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그의 공직에 대한 헌신은 전설적이다. 그의 헌신 덕분에 우리 모두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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