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들이 앞다퉈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AX)’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을 넘어 일하는 방식을 아예 AI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입니다. AI 도입은 금융사의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건 물론 고객의 금융 이용 환경까지도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보안의 벽’ 높은 금융…금융당국·지주, AI 도입 앞장
금융사의 AI 도입은 이제 속도전이 됐습니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AX를 직접 주도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이 대표적입니다. KB금융은 얼마 전 금융권 최초로 에이전틱(Agentic) AI 기반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인 ‘KB 젠(Gen)AI 포털’을 구축했습니다.
KB금융 계열사라면 KB GenAI 포털을 활용해 영업 현장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에이전틱 AI는 주어진 질문에 이미지나 텍스트 등을 만들어 내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별도 작업 명령 없이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지방에 본점을 둔 금융그룹은 AI 동맹을 맺었습니다. JB·BNK·iM금융은 AI 기술 활용을 위한 공동 AI 거버넌스 수립을 추진 중입니다. 조직 내에서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기 위한 표준 가이드를 마련하고,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구축해 소비자 보호장치를 함께 만든다는 목표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AX 필요성을 고려해 금융사의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당국이 발표한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이 그 시작입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 금융사는 높은 수준의 보안 규제로 AI 활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지속 제기해 왔다“며 “이러한 의견을 종합해 금융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방안의 후속 조치로 처음 내놓은 게 ‘금융 특화 한글 말뭉치’입니다. 금융 특화 말뭉치는 금융 분야의 다양한 전문 지식을 AI 모델이 가공, 처리,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모은 대규모 한국어 언어자료입니다. 그간 한국어로 된 금융 용어, 국내 금융 법규 등 전문화된 데이터가 부족해 금융에 특화된 업무 수행에서 AI 활용이 어려웠던 점을 보완한 것입니다.

금융 문의, 보험금 심사 등…고객 대응도 AI가
단순히 금융사의 내부 업무뿐만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에도 AI를 속속 적용하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AI를 적용하는 부문은 크게 내부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로 나뉘는데, 대부분 금융사는 안전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 임직원 대상으로 내부 업무에 먼저 적용 후 대고객 서비스로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은행권에선 챗봇 형식의 AI 활용이 대표적입니다. 신한은행은 최근 생성형 AI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이를 통해 약 10만여건의 은행 업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금융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달 먼저 직원용 AI 업무비서 플랫폼인 ‘AI 원(ONE)’에 서비스를 탑재했고, 6월 중 고객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대화형 챗봇 서비스인 ‘기업 하이챗봇’을 운영 중입니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의 문의를 AI 기반으로 분석해 답변해 주는 서비스로 거래 상담이나 금융상품 문의, 주요 서비스 안내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사는 AI로 보험금 지급을 자동 심사해 주는 시스템 도입이 눈에 띕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NH농협손해보험의 경우 고객이 제출한 영수증 이미지에서 데이터를 자동 추출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고보험금 자동심사 적합 여부를 판단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워낙 보안이 중요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 도입 자체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AI는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을 가를 요소로 부상하고 있어 대내외 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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