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속도전에…이창용 총재 "새 정부 자리잡으면 함께 논의"

  • 이창용 한은 총재 제75주년 창립기념식 기념사

  • 이재명 정부 속도전에 "긴밀 협의" 한발 물러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75주년 창립기념사에서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앞으로 닥칠 도전 과제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동안 우려했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제7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여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념사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은의 입장은 기존과 같지만 계속 우리 이야기만 하면 뭐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기관의 입장을 알아야 조율도 하고 규제를 할 수 있다"며 "아직 새 정부 조직이 모두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자리잡고 난 후 같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던 스테이블코인 대응 방안 컨퍼런스를 미룬 이유와 관련해서도 "새 정부와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본 후 찬반 입장을 모두 담아서 종합적으로 꾸려보려고 한다"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 다 연계된 이슈라 아직 새 정부 조직이 모두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각 기관의 견해를 모두 담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관련 권한을 모두 금융위가 가지고 있어 사실상 한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의견에 대해선 "한은 행가에 '국민의 믿음으로 쌓아온 역사'라는 구절이 있다"며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가상자산 육성 공약을 내세웠던 이재명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의견을 청취해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기습 발의하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민 의원은 법안에서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 계획과 연도별 시행 계획을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전제로 핀테크 등 비은행에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은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이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많아지면 관리·감독이 힘들고 달러·원화 사이의 자본 규제를 회피할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다.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허용할 경우 발행 인가 단계부터 자신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기념사에서 그동안 한은이 추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추진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한은은 기관용 CBDC와 예금토큰에 기반한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과 주요 기축통화국 중앙은행·국제은행(BIS)과 CBDC를 활용해 국가간 송금비용을 낮추는 '프로젝트 아고라' 등을 개발 중이다. 

이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은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 예정된 후속 테스트를 통해 예금토큰의 편익을 점검하고 상용화 단계로의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BIS는 미래금융의 모습으로 금융의 인터넷화(Finternet)을 제안한다"며 "이는 은행, 증권, 간편결제, 보험 등으로 분절된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사용자 중심의 실시간 금융관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이를 실행하려면 모든 금융기관이 연결된 공통의 디지털 화폐 기반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통 결제단위이자, 기술표준의 중심이며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설계될 수 있어 맞춤형, 자동화된 금융환경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주요국 중앙은행 및 글로벌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국가간 송금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은이 연구를 넘어 실제로 디지털 혁신과 AI의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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