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 비명 지르는 석화...정유·해운은 예의주시

  • 고유가 치명적인 석화...설비 정지 가능성도

  • 정유 업계는 단기 실적 향상 가능성

  • 해운은 호황 6년간 지속...우회 항로 개척

이란 테헤란의 원유정제 시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불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의 원유정제 시설이 15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불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조적 불황에 직면한 석유화학 업계가 고유가라는 이중고를 짊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정유 업계는 자산가치 상승과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해운 업계는 해상운임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팬데믹부터 시작된 업턴(호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KDB미래전략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석화 제품 원료는 대부분 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석화 업체 수익성은 국제 유가 변동에 극히 민감하다. 업계에선 석화 업체 전체 비용에서 원재료 구입비가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화 업체 수익성이 바로 하락하는 구조다. 

지난 5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한숨 돌렸던 석화 업체들에 갑작스러운 유가 상승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특히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업체일수록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등 국내 주요 석화 업체들이 사정권에 들어 있다.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설비를 멈추는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유사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정제마진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정유 업계는 요동치는 유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정제마진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정유업체들은 역대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마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등이 중재에 나서 전쟁을 조기 종식시키는 게 정유 업체들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해운 업계는 이란이 해상 핵심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놓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되면 HMM 등 주요 국적 선사는 우회 항로와 대체 항만 확보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HMM은 2023년 후티 반군이 잇따라 상선을 공격하자 일부 항로를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 우회로 전환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5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그렸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전쟁이 장기화하면 팬데믹 시기처럼 4000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해운 업계 호황(업턴)이 6년 이상 지속되며 업체들은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