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칼럼] 미·중 관세전쟁 중국의 득실

  • 특별기획 미·중 무역 대전쟁 …송의달과 박승준의 용호상박(龍虎相搏) (上)

박승준 논설주간
[박승준 논설주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워싱턴 시각으로 지난 11일 오전 SNS를 통해 이렇게 발표했다.
“중국과의 딜(협상)은 끝났다.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우수하다. … 영구 자석과 희토류(rare earth)를 중국이 우리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 이에 따라 우리는 중국 유학생들이 우리의 대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희토류와 하버드 유학 비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서 희토류는 미국에게 아킬레스건이었고, 하버드 유학 비자는 중국에게 아킬레스건이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은 12일 런던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결론은 지난 4월부터 불붙었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90일간의 휴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두 나라가 각각 상대방 상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관세를 115% 낮추기로 합의한 배경에는 희토류와 하버드 유학 비자라는 아킬레스건을 서로 허용하기로 한 결정이 있었음을 전날 트럼프가 공개한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베이징(北京)지국장으로, 2009년부터 16년째 희토류 기사를 쓰고 있는 케이스 브래셔(Bradsher)는 런던에서 미·중 관세전쟁 휴전이 이루어진 12일 NYT 뉴욕판 1면에 ‘관세전쟁 휴전 뒤에는 중국의 교묘한 일처리(finessing)가 있었다’는 기사를 썼다. “미국에 대한 지렛대(leverage)인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도하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것이었다. 브래셔는 미·중 관세전쟁 휴전이 발표된 11일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의 최대 영구자석 생산업체 JL Mag Rare Earth Co.(金力永磁稀土公司)가 “국무원 상무부로부터 미국,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에게 비(非)군사용 자석 수출을 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았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브래셔는 중국이 2021년부터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을 조절하는 오랜 관행을 갖고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희토류 전문가로 US Critical Material Co. 대표인 짐 헤드릭(Hedrick)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업은 미국보다 30년 앞서서 시작했으며, 앞으로 미국은 적어도 5년간은 중국 희토류 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희토류로 제조하는 영구자석은 자동차와 드론, 미사일, 전투기 제조에 필수적이며,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제어에는 약 100종의 소형 희토류 영구자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군용 장비에 필수적인 희토류 사마리움(Samarium)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격이 폭락한 상태.
브래셔에 따르면. 중국의 저가공세로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말레이시아에 있던 일본 희토류 생산공장은 1992년에 문을 닫았고, 프랑스는 1994년에 가공공정을 포기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운영 중이던 미국 희토류 생산 라인은 1998년에 멈춰섰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2010년 대만 근해의 센가쿠(尖閣 중국명 釣魚島) 제도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빚어졌을 때 중국 정부는 2개월 대일 수출금지 조치를 내려 일본 기업들이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 11일 ‘미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많이 중국의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그래픽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9.2%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은 11.5%, 미얀마 7.9%, 태국 · 나이지리아 · 호주가 각 3.3%, 인도와 러시아 마다가스카르가 0.5~0.7%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량은 2024년 현재 중국이 4400만 톤, 브라질이 2100만 톤, 인도가 690만 톤, 러시아 380만 톤, 미국이 190만 톤, 그리고 베트남, 그린란드, 남아공, 탄자니아가 소량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희토류가 관세전쟁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대학에 대한 중국 유학생 비자 발급권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이 이번에 널리 알려졌다. 마코 루비오(Rubio)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중국 공산당 관련자들이 포함된 중국 유학생이 미국 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비자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의 승인을 받은 발표였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에 따르면 지난 2019~2020년 중국 유학생들에 의해 미국 대학에 흘러 들어온 달러는 15조9000억 달러였다. 디플로맷은 “이전에는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은 문화교류 차원이었지만 무역전쟁 시대에 들면서 철강에 대한 관세나 반도체에 대한 수출입 통제와 같은 차원의 관리수단으로 바뀌어 관세전쟁 협상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유학비자 가운데 특히 STEM(과학기술과 공학, 수학)분야는 미국정부의 무역 관리 대상이 됐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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