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말 국내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하며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브랜드를 각인시킨 한컴이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문서 자동화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 제2의 도약을 노린다.
26일 한컴은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 및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컴은 연결기준 매출액 3048억원, 영업이익 4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2.4%, 18.2%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소프트웨어 단품 판매 비중은 줄었다. AI 기능이 탑재된 패키지형 제품 및 구독 서비스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거 한컴은 '한글워드프로세서(HWP)'라는 독자 문서 형식을 지원하며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개방형 문서 포맷을 지원하며 사용자 저변을 넓혔다.
MS 오피스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도 한컴은 여전히 공공기관과 교육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 양식 무료 제공, 국가기관 납품 중심의 신뢰도 높은 소프트웨어 품질 등이 그 배경이다.
이러한 문서 기반 시장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컴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문서 특화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 서비스는 '한컴어시스턴트'와 '한컴피디아'다.
한컴어시스턴트는 AI 문서 작성 도구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명령을 입력하면 목적에 맞는 문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보도자료, 연설문, 인사말, 회의 목차 등 다양한 템플릿을 제공한다. 한컴오피스, 웹오피스, MS 오피스 등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과 연동된다.
한컴피디아는 질의응답 솔루션이다. 방대한 문서 내에서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해준다. 회의록 요약, 표나 그래프의 의미 해석, 관련 문서 간 연결성 분석 등을 통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컴 관계자는 "문서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단순한 편집 도구를 넘어선 AI 기반 문서 인터페이스로의 전환이 핵심"이라며 "하나의 문서 안에서 AI가 요약, 분석, 추천까지 수행하는 미래형 사무환경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실적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AI 기반 신규 계약이 늘고 있으며, 클라우드와 생성형 AI가 결합된 플랫폼 제품군의 반응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올해부터는 AI 제품의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라며 "공공과 기업 고객의 실질적인 업무 효율 향상을 이끄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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